엉터리 컨설팅해주고 정부 보조금 14억 타낸 민박협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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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촌민박협회 전현직 임원들이 민박업소들에 대한 컨설팅 사업비로 14억여 원의 정부 보조금을 부정하게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보조금을 받고도 컨설팅 업체는 엉터리 컨설팅을 펼쳐 보조금의 실제 사용 여부도 불투명하다.

강원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A 씨(64), B 씨(49) 등 한국농어촌민박협회 전현직 임원 2명과 컨설팅 업체 대표 C 씨(41) 등 3명의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한국농어촌민박협회의 보조금 사건을 수사한 강원경찰청 전경. 강원경찰청 제공
한국농어촌민박협회의 보조금 사건을 수사한 강원경찰청 전경. 강원경찰청 제공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농어촌민박 6000개 업소의 서비스 및 안전 컨설팅 사업 진행 명목으로 사업비 18억 원 가운데 80%인 보조금 14억4000만 원을 부정하게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업은 보조금 80%와 민박 업소 자부담 20%로 추진됐다. 민박 1개 업소당 30만 원의 안전 컨설팅 비용 가운데 6만 원을 자부담하면 24만 원을 보조금으로 충당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들은 민박업소들의 자부담 절차를 생략한 채 자부담 비용 3억6000만 원을 별도로 마련한 뒤 정부 보조금을 타냈다.

또한 이들로부터 서비스 및 안전 컨설팅을 맡은 업체는 민박업소당 3만 원에 다른 업체에 하청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하청업체는 컨설팅 대상인 6000개 업소를 모두 방문하지도 않았고, 방문한 업소에서도 3~5분 가량 사진 몇 장만 촬영하고는 업주들에게 서명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민박업주들이 협회와 지방자치단체에 컨설팅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부실 컨설팅 의혹이 불거졌다. 협회 회원들은 민원과 관련된 문제점을 파악한 뒤 이들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들이 받은 보조금 14억4000만 원이 컨설팅 업체로 들어간 뒤의 경로는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송치된 전현직 임원들은 보조금 수수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이들은 또 민박협회 통합예약시스템 개발 사업비로 3억 원의 보조금을 받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개발된 통합예약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농어촌민박협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정부 보조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고 쉽게 타내 사용하려고 한 국고 낭비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이들의 혐의를 명백히 가려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춘천=이인모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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