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사 찾아간 이태원 유가족…경찰 차벽에 분통

  • 뉴시스
  • 입력 2023년 4월 18일 15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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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동참을 호소하는 서한을 전달하러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했으나, 경찰이 당사 앞에 차벽을 치고 맞이해 한때 긴장감이 높아졌다. 양측 합의로 경찰이 차벽을 치우면서 기자회견은 충돌없이 마무리됐다.

10·29 이태원 유가족협의회(유가협)과 시민대책회의는 18일 오후 1시30분께부터 기자회견을 개최하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을 찾았다.

기자회견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3당이 추진하기로 한 ‘이태원참사진상규명특별법’ 제정에 여당도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취지였다.

그러나 오후 1시20분께 유가족 20여명이 찾은 국민의힘 당사 앞은 경찰 미니 버스 2대가 가로막고 있었다. 폴리스라인으로 터놓은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이 유일한 통행로였다.

경찰 차벽을 본 유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는 “서한까지 전달하기로 (여당과) 약속돼 있다. 안전하게 기자회견을 하게끔 조치해달라”며 버스를 치워달라고 요구했다.

한 유가족은 폴리스라인을 옮기는 경찰을 붙들고 “우리 애가 죽어가는데 그날은 뭐하셨어요”라고 절규했고, 피켓을 든 다른 유가족도 “차는 누가 여기다 대라고 시켰느냐”, “약올리는 것이냐”며 오열했다.

현장 경찰 관계자가 버스 앞에서 회견을 하라고 권하자 유가족들은 크게 반발했다. 결국 5분여 만에 미니버스 2대가 후진해 당사 앞에서 물러난 뒤에야 기자회견이 열릴 수 있었다.

이정민 대표 직무대행은 “우리는 여기 시위하러 온게 아니라 (발의) 동참을 호소하러 왔는데 아예 막아버리고 우리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며 “우리는 국민이 아닌가. 우리가 적인가, 폭도인가. 왜 우리를 외면하고 이렇게 힘들게 하는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 대행은 “정치적 당리당략으로 이러면 안 된다”며 “여당 의원님들, 우리는 하루하루 힘들게 살고 있다. 제발 우리의 억울한 목소리를 들어주시고 귀를 열어주시고 우리가 요청한 간담회에 응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미현 시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 이 경찰들을 보십쇼”라며 “공당이라면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문을 활짝 열어도 부족한 데 경찰 차벽을 앞세워 유가족을 막아섰다”고 질타했다.

유가족들은 국민의힘이 특별법 제정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데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앞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야3당의 특별법을 “재난 정쟁화”라며 “유족의 슬픔과 아픔을 달래는 것은 우리 공동체 몫이지만 국회 입법을 이런 식으로 오남용하는 것은 민의에도 어긋난다”고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이지현 시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윤 원내대표의 발언이야말로 참사 원인과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원하는 유가족의 바람을 정쟁화하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으로서 참사 책임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법안 발의 전부터 힘 빼고 어깃장을 놓기 전에 힘부터 보태시라”고 힐난했다.

회견 후 유가족들은 “지난 참사 100일 추모제에서 여야 의원들이 유가족 앞에서 참사의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국회 차원에서의 책무를 다할 것이라 한 다짐을 여전히 믿는다”는 내용의 호소 서한을 국민의힘에 전달했다.

유가족들은 회견 전후 국회 인근에서 1인 시위와 피켓시위도 벌였다.

국회 앞 횡단보도 신호가 ‘파란불’로 바뀔 때마다 유가족들은 횡단보도 가운데로 뛰어가 “독립적 진상조사”, “특별법 제정”이라 적힌 대형 피켓을 들었다.

특별법은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구성 ▲피해구제심의위원회 구성 ▲추모사업 및 재단설립 지원 등이 골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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