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시정 시한 넘겨” 입건
벌금 최대 500만원… 처벌 강화 추진
‘고용세습’ 단체협약을 시정하지 않은 노조와 기업에 대해 정부가 첫 사법처리 결정을 내렸다.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은 기아 노동조합이 소속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와 금속노조 위원장, 기아와 기아 대표 등을 이달 초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고용부는 기아의 단체협약 제26조(우선 및 특별채용) 1항이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과 고용정책기본법에 나오는 취업 기회균등 보장 등을 침해했다며 2월 기아 노사에 시정 명령을 내렸다. 문제가 된 조항은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노조원과 정규직의 고용세습을 명문화한 조항이었다. 이런 조항이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거듭 제기되자, 고용부는 100인 이상 사업장 1057곳의 단협을 전수조사했고 지난해 8월부터 기아를 포함한 60곳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기아는 시정 시한인 이달 3일까지 단협 조항을 고치지 않았다. 아직 시정 시한이 지나지 않은 기업을 제외한 54곳은 이미 해당 단협을 고쳤다. 이에 고용부는 노사 관계자들을 이달 초 입건 조치한 것이다. 고용세습 단협 관련 노사 관계자 입건은 정부가 단속을 시작한 이래 처음 내려지는 사법조치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조 측은 ‘조합원들의 반대가 강하고 교섭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시정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고 다른 기업은 모두 기한 내 단협을 고쳤으므로 납득할 수 없다”고 입건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기아 노사가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더라도, 처벌은 최대 500만 원의 벌금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채용절차법 개정을 통해 고용세습과 같은 채용 비리를 불공정 행위로 규정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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