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中 비밀경찰서’ 의혹 중식당 대표, 명동에 새 점포 열고 영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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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식당은 사적 모임장소로 사용
당국 수사 100일 넘게 별 성과 없어
소유주 “할말 많지만 나중에 연락”

18일 서울 송파구 중식당 ‘동방명주’ 입구가 막힌 모습. 이 식당은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비밀경찰서’ 거점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18일 서울 송파구 중식당 ‘동방명주’ 입구가 막힌 모습. 이 식당은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비밀경찰서’ 거점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중국 정부의 ‘비밀경찰서’ 거점이란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송파구 중식당 ‘동방명주’를 조사 중인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00일 넘도록 수사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 정부 눈치 보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 식당 대표가 서울 도심에 다른 중식당을 열고 영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식당을 둘러싼 의혹은 지난해 12월 5일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한국을 포함해 최소 53개국에서 중국이 비밀경찰서 102곳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국정원과 경찰은 비밀경찰서 거점으로 지목된 동방명주 소유주 왕하이쥔 씨(45) 등이 중국인 송환 과정에서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했는지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21일 “현재 수사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불법행위 입증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도 “(동방명주 소유주가) 범죄자 송환 및 영사 업무를 해왔다는 의혹 등을 조사 중”이라며 “소유주 외 다른 인물이 관련 활동을 했는지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송파구가 “무허가 영업을 했다”며 동방명주 측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수사 중이다.

국정원 등의 수사가 장기화되는 사이 왕 씨의 지인인 동방명주 대표 A 씨(55)는 서울 중구 명동에서 다른 중식당 운영을 시작했다.

동아일보 기자는 20일 점심시간 A 씨가 운영하는 중국식 샤부샤부 전문점을 찾았는데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직원 상당수는 동방명주 직원들이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A 씨는 1월 10일 새 식당을 맡아 운영을 시작했다. 왕 씨도 자주 식당을 찾는다고 한다.

한강에 뜬 선박을 임대해 식당으로 운영해왔던 동방명주는 현재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다만 식당 관계자는 “일반 손님을 받지 않을 뿐 중국 교민 등의 사적 모임 장소로 사용되는 걸로 보인다”며 “19일에도 왕 씨를 비롯해 중국 교민 40여 명이 참여한 행사가 열렸다”고 했다.

동방명주 측은 선박 소유자와 법적 공방도 진행 중이다. 선박 소유자는 7개월 치 월세 총 2억3000만 원가량을 체납했다며 동방명주 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동방명주 측은 선박 리모델링 비용 43억 원을 돌려달라며 가게를 비우지 않고 있다. 왕 씨는 비밀경찰서 의혹과 관련한 동아일보 기자의 질문에 중국어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할 말이 많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연락하겠다”고만 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비밀경찰서#동방명주#중국 정부 눈치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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