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산망 또 멈춰… 시민 불편에도 “정상 과정” [기자의 눈/유채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유채연·사회부
유채연·사회부
전자소송 홈페이지에는 4일 다시 ‘시스템 작업 안내’ 문구가 떴다. 언제까지라는 말도 없이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시스템 작업 중”이라고만 했다. 2일 초유의 전산망 먹통 사태로 하루 종일 중단됐다가 복구된 후 하루 만에 다시 문을 닫은 것이다.

4일 0시 10분부터 6일 오전 6시까지 전자소송 홈페이지 운영이 중단되고 전국 법원 홈페이지에서 사건 검색, 판결 열람 등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공지는 전날인 3일 오후 1시경에야 대법원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54시간 동안 시스템 운영을 중단하면서 11시간 전에야 이 사실을 알린 걸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법원행정처는 당초 부산·수원회생법원 개원에 따른 데이터 이관 작업을 지난달 28일 업무시간 후 시작해 2일 오전 4시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하면서 작업이 지연됐고 2일 종일 초유의 전산망 중단 사태를 빚었다. 다수의 재판이 지연됐고, 변호사들과 민원인들은 서류 제출 및 사건기록 확인이 안 돼 발만 동동 굴렀다. 결국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국민들께 큰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시스템 복구 하루 만에 상당수 서비스가 다시 중단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2일 시스템을 복구할 때 83%만 작업이 완료돼 나머지 작업을 하기 위해 시스템 중단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법원 내에서만 알고 있다가 시스템 중단 직전 대법원 홈페이지에 슬쩍 공지한 것이다.

법원 출입기자단에는 서비스 중단 한참 후인 4일 오후에야 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또다시 먹통’ 등의 기사가 쏟아지는 것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 (시스템 중단은) 필수적이고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강변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재임 중 여러 차례 “영상 재판과 형사 분야 전자소송 제도 정착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2028년까지 2100억 원이 투입되는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도입에도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전자 시스템 도입 확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시스템 안정성 확보다. 이미 민사소송은 수백 쪽짜리 재판기록과 증거 등을 모두 온라인으로 확인하는 전자소송이 표준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소송 시스템 중단은 국민들의 큰 불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로 법원의 전산 관리 능력뿐 아니라 대국민 소통 역량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났다. 법원이 이번 사태에 대한 성찰과 반성, 개선을 통해 국민들의 박수를 받는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유채연·사회부 기자 ycy@donga.com
#법원 전산망#전자소송 홈페이지#또다시 먹통#시스템 안정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