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한파로 여수 가두리 양식장 49곳서 290만 마리 폐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혹한으로 바닷물에도 저수온 영향
감성돔-조기류 등 78억원 손실
물고기 대량 폐사 피해 확산 우려

전남도 등 수산당국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대량 폐사가 발생한 전남 여수지역 양식장에서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전남도 등 수산당국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대량 폐사가 발생한 전남 여수지역 양식장에서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기록적인 한파의 여파로 전남 여수시 일대 가두리 양식장에서 물고기 약 290만 마리가 폐사하는 등 농수산물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1일 전남도와 여수시에 따르면 여수지역 양식장 49곳에서 감성돔, 참돔, 돌돔, 조기류 등 물고기 287만6000마리(78억 원 추정)가 저수온으로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피해 신고가 접수된 어류는 참돔 149만4000마리, 감성돔 122만6000마리, 돌돔 6만8000마리, 조기(참조기·부세)류 8만8000마리 등이다. 여수시 남면 화태도, 돌산읍 군내리에 있는 어가들이 주로 피해를 봤다.

여수지역은 올 1월 25일 기상관측 81년 만에 두 번째로 추운 날씨를 기록했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여수지역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1.4도로 평년보다 10도 이상 낮았다. 여수지역은 1942년 기상관측을 시작했는데 1943년 1월 12일이 영하 11.9도로 기장 추운 날씨였다. 광주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올 1월 25일 여수를 비롯해 전남 대부분 지역에 평년보다 10도 이상 낮은 한파가 몰아쳤다”고 말했다.

혹한의 추위는 바닷물에도 영향을 줬다. 여수지역 서쪽 바다인 가막만에는 1월 4일 저수온주의보가 발령됐다. 이후 1월 26일 저수온 경보가 발령되는 등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1도 이상 낮았다. 여수시 신월동 해역 수온은 1월 20일부터 2월 10일까지 6.5도 이하를 기록했다.

이경열 화태도 이장(59)은 “3주일 전부터 저수온을 겪은 물고기들이 한두 마리씩 폐사하기 시작했다. 2018년에도 저수온 피해를 입었는데 이번에 폐사한 물고기는 2∼3년 정도 키운 15∼30㎝ 크기였다”며 “올가을 출하를 하려고 했는데 대량 폐사가 발생해 막막하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피해 어가 80∼90%가 양식수산물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피해 복구조차 어렵게 됐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여수시 등 수산당국은 월호동 양식장 2곳에서 키우던 25㎝ 크기 감성돔 5만5000마리가 저수온으로 폐사한 것을 확인했다. 수산당국은 1월 여수지역 해상이 저수온 상태에 있다가 2월 수온이 7∼8도로 빠르게 상승하면서 낮은 수온에 약한 돔류 물고기들이 쇼크를 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물고기 대량 폐사는 2월 22일부터 발생했다”며 “저수온으로 인한 물고기 폐사 피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록적 한파는 농작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전남 완도지역 농가들은 2월 초 비파 0.3㏊가 냉해를 입었다고 신고했다. 농업 전문가들은 추위에 약한 작목들은 새싹이 나는 3, 4월 냉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추위에 약한 작목에서 냉해가 발생할 수 있어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기록적인 한파#가두리 양식장#저수온주의보#폐사 발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