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커플 건보 피부양자 첫 인정… 법원 “성적지향 이유로 차별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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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년차 동성커플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대 보험료 부과 취소 처분 소송 항소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결혼 5년차 동성커플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대 보험료 부과 취소 처분 소송 항소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동성 커플이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 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 2심에서 승소했다. 동성 커플에 대해 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할 수 있다는 첫 판결이다.

서울고법 행정1-3부(재판장 이승한)는 21일 소모 씨가 건보공단을 대상으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 2심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모 씨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온 소 씨는 2020년 2월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김 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후 같은 해 10월 건보공단으로부터 피부양자 등록이 착오였다며 자격이 박탈됐으니 소급해 보험료를 내라는 처분을 받았다. 소 씨는 2021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는 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현행법 체계상 동성인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도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상 소 씨 부부를 사실혼 관계로 인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득이나 재산 없이 피보험자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는 피부양자 제도의 의미를 고려하면 사실혼 배우자와 본질적으로 같은 ‘동성결합 상대방’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소 씨의 소송대리인 박한희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동성 배우자가 더 이상 법적 권리에서 배제되면 안 된다는 걸 확인한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건보공단 관계자는 “관련 부서가 판결문을 검토하며 상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동성 커플#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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