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신고하자 ‘방역패스 위반’ 허위신고로 사실상 해고

  • 뉴시스
  • 입력 2023년 2월 14일 1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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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자신의 헬스장 트레이너가 행정실장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자 헬스장 업주와 행정실장이 관할구청에 방역패스 위반으로 허위 보복신고해 사실상 해고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업주는 트레이너의 임금지급 요청에 대해 도리어 부당이득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1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전주지법 정선오 판사는 헬스장 업주 A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20대 후반의 여성 B씨는 2021년 1월부터 전북 전주 시내의 한 헬스장에서 트레이너 겸 개인훈련(PT) 강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당시 계약조건은 헬스장 고객이 등록할 경우 업주인 A씨가 등록비의 40%, 트레이너인 B씨가 60%를 나눠 갖는 내용이었다.

그해 8월 업주 A씨의 지인이 행정실장으로 근무를 시작하면서 강사들의 근무 실태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됐다.

B씨에게는 다른 강사들과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계속 말대꾸하시고 징징대려면 딴 데 가서 하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참다못한 B씨는 그해 11월 초 관할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

조사 결과 노동청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헬스장 업주에게 예방교육을 실시토록 조치했다.

B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자 헬스장 업주 A씨와 행정실장이 보복에 나섰다.

신고 이튿날 관할 구청의 코로나 방역 관계자들이 헬스장에 현장조사를 나왔다.

그들은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가 헬스장에 출입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말했다.

이런 신고는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일어났다.

당시에는 코로나 19의 유행으로 백신 미접종자는 다중이용시설을 출입할 수 없는 ‘방역패스’가 시행되고 있었다.

헬스장의 경우 ‘이용자’는 백신을 접종해야만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던 반면, ‘종사자’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도 출입할 수 있었다.

첫 현장조사에서는 동료 트레이너들이 B씨가 종사자임을 밝혀 접종 미완료임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째 조사에서는 구청직원이 외부에 있던 업주 A씨에게 전화로 확인을 요청하자, 그는 “B씨는 며칠전 퇴사했기 때문에 종사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헬스장에서 강습을 하고 있던 B씨는 그 자리에서 퇴장조치를 받았다.

쫓겨난 B씨가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을 받기 위해 노동청에 진정하자 업주 A씨는 도리어 부당이득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B씨가 돌연 일을 그만두면서 고객 일부가 환불을 요청했으며, 이에 따라 B씨가 이미 받아간 회원 등록비의 60%, 240만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임금을 못 받고 영문도 모른 채 직장에서 쫓겨난 사회 초년생은 이미 받았던 분배금까지 물어낼 위기에 처하자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공단측은 관할 구청에 사실조회를 신청한 결과, 관할구청에 허위신고를 한 사람은 직장내 괴롭힘의 장본인인 헬스장 행정실장으로 드러났고, 업주 A씨는 허위진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도 ”A씨가 행정관청에 허위진술을 해 B씨가 중도에 트레이닝을 못하게 되었다”며 “B씨가 미리 지급받은 분배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이다.

한편 B씨는 공단의 도움을 받아 미지급임금뿐만 아니라 해고예고수당까지 청구하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해고 예고수당은 해고 30일전까지 예고하지 않으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또한 A씨를 상대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과 함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김건우 변호사는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여성 근로자가 직장내 괴롭힘을 당하고, 코로나 방역패스를 악용한 허위 보복신고로 인해 직장에서 쫓겨난 사건”이라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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