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읽기모드공유하기
뉴시스|사회

“노동탄압” vs “국민위협”…‘화물파업’ ILO서 노정 충돌

입력 2022-12-07 17:59업데이트 2022-12-07 18:01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을 놓고 정부와 노동계가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정면 충돌했다.

정부는 화물연대 총파업이 국가와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며 ‘업무개시명령’의 당위성을 주장한 반면, 노동계는 정부의 대응을 국제노동기준 위반으로 규정하며 노동 기본권을 억압하고 있다고 맞섰다.

7일 박종필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6일부터 오는 9일까지 싱가포르에서 개최 중인 ‘제17차 ILO 아시아-태평양 지역총회’에 참석해 한국정부 대표로 기조연설을 하며 2주째로 접어든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해 언급했다.

박 실장은 “현재 화물 운송자들의 집단운송거부로 인해 시멘트, 정유, 철강 등의 출하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수출 물량은 운송이 중단되고 있으며 전국의 건설 현장에서도 작업을 멈추고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화물 운송자들은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이며, 화물연대는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해 노동법이 보장하는 ‘파업’ 대신 ‘집단운송거부’ 표현을 쓰는 이유다.

그는 또 “국민 경제와 민생을 볼모로 한 운송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산업계 피해는 시멘트 등 5대 업종에 이미 3조5000억원을 넘었다”며 “이러한 피해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및 서민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인력 시장에서는 ‘파업이 시작된 이후 일을 이틀 밖에 하지 못했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며 “집단운송거부에 참여하지 않은 화물 운송자들에게 폭업과 협박 등이 있다는 신고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 실장은 “이에 정부는 집단운송거부가 국가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국민의 생명, 건강, 안전을 심히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법률에 근거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이라며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법 테두리 내에서의 대화와 타협은 보장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위협하는 일체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한다는 기조를 견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실장은 이날 ILO 사무총장과 면담을 갖고, 화물연대 총파업에 따른 피해 상황과 업무개시명령의 정당성을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반면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 부위원장은 전날 이번 총회의 한국 노동자 대표로 기조연설에 나서 업무개시명령을 비롯해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을 ‘국제노동기준 위반’으로 강력 규탄했다.

윤 수석 부위원장은 “한국 정부는 강제 노동에 해당하는 업무개시명령으로 파업권을 부정했다”며 “생존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노동자들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들이기는커녕 오히려 벼랑 끝으로, 감옥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노동 기본권 억압이 아태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한국 상황에 대한 특별한 주목을 요청한다”며 “모든 노동자가 아무런 위협과 두려움 없이 노동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노동계는 ILO가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해 우리 정부에 공문을 보낸 것을 두고도 연일 충돌하고 있다.

앞서 공공운수노조는 ILO가 지난 2일자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앞으로 보낸 서한을 공개하며 “ILO가 우리 정부 당국에 즉시 개입(immediately intervention)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11월29일)을 앞두고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국제운수노련이 지난달 28일 ILO에 긴급 개입을 요청한 데 따른 회신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ILO 핵심협약 중 하나인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와 강제노동 금지(군 복무는 예외)에 관한 제29호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도 ILO로부터 서한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긴급 개입’이 아닌 ‘의견 조회’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고용부는 “ILO의 개입은 공식적인 절차가 아니며 intervention은 ‘개입’이라기보다 ‘의견 조회’ 의미가 더 강하다”며 “그간 노동계가 문제를 제기할 경우 해당국 정부에 요청한 통상적인 의견 조회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ILO는 이번 서한에서 한국 정부의 조치가 결사의 자유를 침해했거나 관련 협약을 위반했다는 점을 명시하지 않았다”며 “(해석례 등 첨부는) 기존의 판단을 알려준 것일뿐 결사의 자유 침해라는 판단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는 전날 ILO에 추가 개입요청 서한을 전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정부는 이 개입이 ‘단순한 의견 조회’에 불과한 것으로 폄하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파업을 범죄화하고 노동 기본권 전반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음을 우려해 추가적인 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사회 최신뉴스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