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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스웨덴 “2050년 교통사고 사망 0명대로”

입력 2022-11-29 03:00업데이트 2022-11-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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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에 진심인 사회로]〈19〉교통정책 핵심 ‘비전 제로’
3세부터 교통안전 조기교육 정착… 도심 40km 제한, 벌금 최소 25만원
곳곳에 회전교차로-보행섬 설치… “車속도 내기 불편하게 도시 설계”
5일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쿵스트레드고르덴(왕의 정원)인근 도로에서 직장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고 있다.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넓게 갖춰진 것과 달리 자동차도로는 1개 차로가 전부다. 스톡홀름=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5일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쿵스트레드고르덴(왕의 정원)인근 도로에서 직장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고 있다.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넓게 갖춰진 것과 달리 자동차도로는 1개 차로가 전부다. 스톡홀름=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지난달 5일 오전 8시 스웨덴 스톡홀름 중앙역. 한국의 서울역 일대와 비슷한 스웨덴의 중심지다. 하지만 주변 풍경은 180도 달랐다. 왕복 10차로 도로가 깔린 서울역과 달리 스톡홀름 중앙역 앞 도로는 왕복 4차로에 불과했고, 차로 폭은 서울의 90% 수준으로 좁았다. 그 대신 도로 양옆으로 자전거 전용 도로가 길게 뻗어 있었다. 인도는 차로 1개와 자전거 도로를 더한 정도의 폭이었는데, 서울의 2배가량이었다.

평소 서울역 일대는 시속 50km 안팎으로 주행하는 차량이 상당수다. 그러나 스톡홀름 중앙역 일대를 지나는 차량은 시속 20km를 넘지 않았다. 오히려 자전거 대부분이 차보다 빠르게 주행했다. 이날 중앙역 일대 도로를 2시간 넘게 관찰했지만 보행자를 위협하는 차량이나 자전거는 한 대도 발견할 수 없었다.

스웨덴 도로교통청 지속가능경영부 마리아 크라프트 박사(디렉터)는 “도심을 오가는 차량의 속도가 오를수록 중대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애초부터 차량이 속도를 내기 불편하게 도시와 도로를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처음에는 스웨덴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았지만 이제는 다들 안전을 위한 비용이 불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 조기교육으로 자리 잡은 교통안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스웨덴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20년 기준 2명으로 38개 회원국 중 노르웨이(1.7명)에 이어 2번째로 적다. 한국은 2017년 8.1명에서 2020년 6명으로 줄었지만 스웨덴과 비교하면 여전히 교통안전 분야에선 차이가 크다.

스웨덴이 교통안전 선진국이 된 밑바탕에는 조기교육이 있었다. 스웨덴에선 아이가 만 3세가 되면 스웨덴 국립도로안전협회(NTF)에서 교통안전 교육을 위한 놀이교재를 가정으로 보내준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현장 위주의 교통안전 교육을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저학년 때는 건널목 이용법을, 고학년 때는 자전거 안전 운행 방법을 알려주는 식이다.

이 같은 철저한 교육으로 스웨덴 시민의 교통안전 의식은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실제로 스웨덴 거리에선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만 보며 걷는 ‘스몸비족’(스마트폰+좀비)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횡단보도는 물론이고 넓은 인도에서도 스마트폰을 쥐고 있거나 사용하는 이들이 손에 꼽힐 정도였다. 젊은층이 많은 서울 홍대 등에 스몸비족이 가득한 것과 대조적이다. 스웨덴에서 10년 넘게 거주 중인 형민우 씨(64)는 “스웨덴 사람들은 보행 중 다른 뭔가를 하는 것을 ‘위험한 일’로 여기는 것 같다”고 했다.
○ 교통사고 사망자 ‘0’명대가 목표
최근 스웨덴 정부는 더 이상 교통안전 홍보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 지금보다 사망자 수를 줄이려면 시민의식보다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크라프트 박사는 “아무리 시민 의식이 높아져도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밖에 없다”며 “설령 도로 위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치명적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시스템을 정부가 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스웨덴 교통정책의 핵심에는 2050년까지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0명대(1명 미만)를 달성하겠다는 ‘비전 제로(Vision Zero)’가 자리 잡고 있다. 1997년 10월 스웨덴 의회가 선포한 정책인데, 당시 스웨덴의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6.1명으로 전 세계 최저 수준이었다. 매년 사망자가 감소세였음에도 “더 이상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발생해선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를 국민과 의회, 정부가 도출해낸 것이다.





이후 스웨덴 교통정책은 차량 속도 저감에 초점을 맞췄다. 교통사고가 사망 사고로 연결되는 고리를 끊어버리겠다는 취지다. 스웨덴 도시 대부분은 도심 내 최고 속도가 시속 40km 안팎으로 제한됐다. 스톡홀름 중심부는 시속 30km를 넘지 못한다. 위반 시 벌금은 약 25만 원부터 시작한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4월 도심 도로의 속도를 시속 60km에서 50km로 낮췄는데, 위반 시 범칙금은 4만 원에 불과하다. 또 도심 곳곳에 회전교차로를 만들고, 횡단보도 중간에 보행섬을 설치했다.

2010년부터는 고속도로 가장 바깥 차로를 울퉁불퉁하게 만드는 정책도 시행 중이다. 차로를 벗어날 경우 운전자가 진동을 느껴 졸음운전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스웨덴 국립도로교통연구소(VTI)에 따르면 이 정책이 시행된 후 고속도로의 사망자와 중상자 비율은 15∼20% 감소했다고 한다. 안나 베이드바이 VTI 수석연구원은 “스웨덴은 매년 콘퍼런스를 열고 교통안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하는지 모든 부처가 함께 고민한다”며 “지금의 결과는 한 번에 거둔 성과가 아니라 오랜 기간 점진적으로 얻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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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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