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체험 어르신 “정보격차 해소-치매예방 굿”

강남구, 노인복지관에 체험시설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노인종합복지관에서 고령자들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체험하고 있다. 지난달 8일 강남구는 고령자들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을 즐길 수 있는 체험관을 복지관 5층에 마련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걸 누르면 ‘브이(V)’ 포즈로 ‘셀카’를 찍을 수 있어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노인종합복지관 5층 ‘메타버스 체험관’. 강사의 말에 수강생 주경희 씨(73)가 스마트폰을 들고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속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20대 여성 모습을 한 주 씨의 아바타가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한복판에서 포즈를 취했다.

아바타가 있는 곳은 지난달 강남구 주요 관광지를 본떠 구현한 ‘메타버스 강남 빌리지’다. 주 씨는 “직접 꾸민 아바타가 현실과 꼭 닮은 강남을 돌아다니는 게 흥미롭다”며 “(메타버스 체험으로) 관심 있는 곳을 둘러보면서 기억력을 높이고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메타버스 체험하는 고령자들

이날 복지관에는 주 씨를 포함해 ‘금빛스타강사단’ 11명이 제페토 교육을 받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지난달 문을 연 메타버스 체험관을 방문객들에게 안내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들은 체험관 개관 전부터 다양한 메타버스 이론과 체험을 통해 비슷한 연배의 고령자들을 안내할 수 있는 역량을 길렀다.

푸른색 줄무늬 셔츠와 넥타이까지 맞춰 입은 금빛스타강사단은 복지관에선 ‘승무원’으로도 불린다. 김선기 강남노인종합복지관 복지사업과장은 “비행하듯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안내한다고 해 붙은 이름”이라면서 “메타버스를 어려워할 줄 알았는데 제대로 이해하고 고령자를 포함한 방문객들에게 조곤조곤 잘 전달하신다”며 웃었다.

구에 따르면 노인복지관에서 메타버스 체험 시설을 운영하는 건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강남구가 처음이라고 한다. 복지관에선 △가상현실(VR) 체험 △증강현실(AR) 체험 △다목적 스마트 테이블 ‘해피테이블’ 사용 등도 할 수 있다. 고영한 강남노인종합복지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디지털 정보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며 “체험관을 통해 어르신들이 흥미롭게 첨단기술과 메타버스를 체험하면서 정보 격차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날 금빛스타강사단원들은 제페토 외에도 다양한 첨단기술 체험을 즐겼다. VR 체험관에 있는 ‘스페이스델타’ 게임이 특히 인기였다. VR 안경을 쓰면 짜릿한 롤러코스터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인데, 화면 속 롤러코스터 움직임에 따라 단원들의 몸이 함께 상하좌우로 흔들렸다. 스페이스델타 안내를 맡은 류영수 씨(78)는 “나이가 들수록 ‘즐거운 자극’이 필요하다”며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는데도 고령층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라고 했다.

○ 메타버스로 시청과 서울광장도 구현

서울시와 자치구의 메타버스 활용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는 다음 달 시장실과 시청 로비, 서울광장 등을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에 구현한 ‘메타버스 서울’을 공개한다. 이곳에선 주민등록등본 발급 신청, 지방세 세무 상담 등 행정 서비스 5가지를 받을 수 있다. 시 관계자는 “몰입도 있는 가상공간에서 행정 서비스를 누리고 싶어 하는 시민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며 “자치구 등과 연계해 제공하는 서비스 폭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는 올 1월 청소년 전용공간 ‘서초스마트유스센터’를 열고 메타버스와 실감미디어 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크로마키 스튜디오에선 가상 배경을 입힌 동영상을 촬영해 메타버스로 구현할 수 있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메타버스로 비대면 행사를 열기도 한다. 용산구는 19일 오전 11시∼오후 5시 메타버스 취업박람회를 진행한다.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에서 취업 정보 제공은 물론이고 현직자 취업 컨설팅, 기업 채용설명회 등이 진행된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