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수해방지 역량 키워 기후재난 대비를”[기고/박재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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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최근 발생한 홍수는 도시가 기후재난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냈다. 115년 만의 폭우는 서울을 침식했고, 태풍 힌남노는 포스코의 용광로마저 식게 했다. 기후위기 앞에서는 세계 어느 도시도 안전지대가 될 수 없고 기존 산업경제도 작동하기 어렵다.

우려스러운 것은 올해 같은 재난이 이례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재난이 기후위기 시대에 펼쳐질 위기들의 예고편이라 경고한다. 해가 갈수록 예측할 수 없는 강력한 홍수와 태풍이 더 많이 찾아온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도시는 안전한 삶의 터가 되어줄 수 있을까. 장담하기 힘들다.

오늘날 도시는 기후위기 이전을 기준으로 설계됐기에 변화의 충격을 소화하기 어렵다. 기후위기로 달라진 기준점에 맞춰 물 안전 도시로 체질을 변화시키고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도시와 하천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통합관리로 치수 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태풍 힌남노는 도시 홍수 대응에서 하천과 연계한 치수 대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다. 집중호우 시 하천 범람을 억제하는 일은 중요하다. 상류 지역에 중소 규모의 다목적 저류지를 건설해 신규 물그릇을 넓히고, 기존 댐의 퇴적토 준설 등 홍수 조절 용량을 추가로 확보해 도시 하천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제방 도입도 중요하다. 집중호우 시 실시간으로 도시와 하천의 상황을 감시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냉천 범람과 같은 비극을 예방할 수 있다.

방재 시설의 설계 기준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방재 시설의 기준은 과거 관측된 강우량의 빈도에 따라 정해진다. 그러나 장래 홍수의 규모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를 고려해 하천 제방 등의 설계 기준을 상향하고, 대심도 터널 같은 구조적 대책으로 용량이 부족한 배수 시설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도시 물 순환 체계 개선도 요구된다. 도시는 불투수 면적이 크다. 이는 빗물이 땅속으로 스미는 대신 한꺼번에 유출되어 도시를 홍수에 취약하게 만든다. 빗물 저류 시설 설치와 공원 등 녹지축을 연계한 그린 인프라 확대로 자연이 가진 수량 조절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

이번 힌남노 사태에서 경남 창원시 마산이 주목받고 있다. 2003년 태풍 매미로 18명이 사망하고 1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올해 태풍에는 큰 피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재난에 다른 결과를 보인 이유는 해일 피해 방지 시설 등 방재 역량을 꾸준히 높여와서다. 마산의 경험은 우리 사회가 기후재난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를 보여준다.

기후위기에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우리 사회가 가진 모든 자질과 역량을 동원해 이 과제를 풀어야 한다. 기후재난의 시대에도 도시의 안전을 지켜갈 수 있도록 국민 모두 힘을 모아주시기를 당부드린다.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한국수자원공사#기후재난#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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