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발생한 태풍… 이번엔 어디 갈까[이원주의 날飛]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0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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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飛’는 2022년 제11호 태풍 힌남노 피해로 유명을 달리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게 마음 깊이 위로 말씀을 전합니다. 또 물적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의 빠른 복구와 일상 회복을 기원합니다.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하늘은 허탈할 정도로 파랗고 맑았습니다. 연휴 내내 지금까지는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먼 바다에서 우려스러운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태풍이 또 하나 만들어진 겁니다.

제12호 태풍 ‘무이파’의 위성 영상. 국가기상위성센터

제12호 태풍 ‘무이파’의 위력은 힌남노만큼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재까지는 전성기 때 중심기압 960헥토파스칼, 최대풍속 초속 약 40m로 강한 태풍으로 발전한다는 예상이 대부분입니다. 북상하면서 세력이 다소 약해진다는 점이 위안이긴 하지만 힌남노가 할퀴고 간 상처가 그대로인 지금 또 다시 태풍을 맞으면 더욱 피해가 클 수 있습니다.


기상청이 예보한 태풍 무이파의 예상 경로. 2022년 9월 10일 오전 10시 기준.
기상청이 예보한 태풍 무이파의 예상 경로. 2022년 9월 10일 오전 10시 기준.

무이파는 북상 도중 대만 타이베이 동쪽 400km 해상을 통과할 때 속도가 이동 극단적으로 느려지면서 시간을 끌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타이베이를 지나면서는 다시 속도를 붙이는데, 이 때 이후 진로는 매우 불확실합니다. 동쪽으로는 한반도 상륙, 서쪽으로는 중국 해안가를 따라 북상하는 시나리오까지 다양합니다. 기상청뿐만 아니라 태풍을 관측하는 세계 각국 기상 관측 기관에서도 무이파의 예상 경로를 중국부터 한반도까지 폭넓게 열어두고 있습니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가 예측한 무이파의 예상 경로. 대만을 지나면서 예상 경로를 표현한 원(붉은색 점선)이 급격히 넓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경로 예보는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나서 발표되겠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인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가 아직 우리나라에 바짝 붙어있기 때문입니다. 기상·방재기관과 언론에서 “가을 태풍이 더 심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자주 경고하는 이유도 이 계절쯤에 우리나라 근처에 태풍의 길목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8일 우리나라 주변 5.5km 상공 일기도.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가 우리나라에 남부지방 근처에 바짝 붙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상청
8일 우리나라 주변 5.5km 상공 일기도.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가 우리나라에 남부지방 근처에 바짝 붙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상청


태평양 외 중국이나 한반도 북쭉의 기압배치 영향을 받긴 하지만, 북태평양고기압의 수축과 확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태평양의 수온입니다. 그런데 지난 ‘날飛’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현재 북서태평양 쪽의 수온은 평상시보다 많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다른 해 같은 기간에 비해 북태평양고기압도 우리나라에 바짝 붙어 있습니다.

최근 연도별 9월 8일의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5.5km 상공 5880gpm) 위치. 다른 때보다 올해 우리나라에 가까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기상청

태평양 수온이 높은 이유는 ‘라니냐’ 때문인데, 이 라니냐가 만 2년을 넘어 3년째 이어지고 있어 태평양 수온이 쉽사리 낮아지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번 기사가 나간 뒤 ‘라니냐는 수온이 낮은 현상 아니냐’는 말씀을 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라니냐는 수온이 낮은 현상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 수온이 낮은 지점이 우리나라 정반대쪽에 있는, 태평양 서남쪽 페루 지역 바닷가 기준입니다. 이 쪽 수온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동북쪽 태평양, 우리나라와 아시아 쪽 수온은 높아지게 됩니다.)

9월 8일 기준 전세계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얼마나 높거나(빨강) 낮은 지(파랑) 보여주는 도표. 동아시아쪽 북태평양의 수온이 평소보다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해양대기청(NOAA)

문제는 이처럼 바다의 수온이 높으면 태풍도 더 잘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태풍으로 발달한 제12호 ‘무이파’를 제외하고도 북태평양 해역에서는 우려스러운 소용돌이들이 한두 개 더 눈에 띄고 있습니다. 이 소용돌이가 태풍으로 발달할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잘못하면 연달아 태풍이 우리나라 주변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2022년 9월 9일 동아시아와 태평양 주변의 일기도(위). 일본 남쪽 먼 바다에서 이미 태풍의 전조 단계인 열대저압부가 발생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JTWC(아래)에서는 그 오른쪽에 있는 저기압도 열대저압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기상청, JTWC

추석 직전에 내습한 강력한 태풍으로 우리는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아니라면 가장 좋겠지만 혹시라도 또 다른 태풍이 가까워지면 그 위력이 어느 정도든 간에 적잖은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철저히 대비하는 자세와 함께 주변의 상실에 공감해주는 마음이 있다면 아픔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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