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시대의 학교 교육과 인적자원개발 전략[전문가 기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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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구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한구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은 한국전쟁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세계의 어떤 나라보다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베이비붐에 의한 풍부한 인적자원과 입시제도, 공무원 선발제도, 기업체 채용시험 등 지필시험을 중심으로 하는 선발체제는 개인의 경쟁을 유발해 인적자원의 평균적인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베이비붐으로 인한 학생수의 증가를 수용하기 위해 그 당시 문교부는 초등학교에 이삼부제 수업을 도입하고, 중학교 입시를 무시험검정으로 바꿨으며,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과 대학교 졸업정원제 등을 단계적으로 시행했다.

하지만 저출생 탓에 풍부한 인적자원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경쟁체제에 의한 성장은 이제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20년 후부터는 한국은 심각한 인적자원의 부족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통계청 장래추계인구에 의하면 만 20세에서 만 25세의 입직 연령층의 청년인구 수는 2020년 339만 명에서 현재 출생아가 청년층에 도달하는 2040년 188만 명으로 151만 명 줄어든다.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만 25세 이상 만 50세 미만의 인구수는 2020년 1908만 명에서 2050년 1094만 명으로 813만 명이 감소해 핵심 경제활동인구의 수가 절반 정도에 불과하게 된다.

출생아 감소로 인한 인구 감소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방안이 검토, 수행되고 있다. 개인의 역량을 향상시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도 이 가운데 하나다. 20∼30년 뒤 핵심 생산 인력이 절반으로 줄어들어도 현재보다 개인의 생산성을 두 배로 올릴 수 있다면 현재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의 1인당 노동생산성 수준은 2000년 4267만 원에서 2020년 6837만 원으로 약 60.2%가 향상됐다. 이 시기 동안 인적자원의 양적 질적 미스매치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는 점은 생산성 향상을 위하여 미스매치를 조정할 여지가 많음을 의미한다. 핵심 생산 인력의 감소로 공급되는 인력의 규모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해도 고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산업과 직업을 중심으로 인력을 우선적으로 공급할 수 있으면 생산성 감소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교육은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학교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생의 역량을 전반적으로 올리는 것과 전공과 직업 사이의 미스매치를 줄이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전자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충족시키는가와 효율적인 방법을 통해 배우고 있느냐와 관련된다. 미래에 누가 어떤 일에 종사할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더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중심으로 교육 내용을 재구조화한다면 고부가가치 분야에 인력공급이 좀 더 수월할 것이다. 또한 같은 내용을 학습하는 데 좀 더 적은 시간을 들이고, 더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경험을 한다면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학교교육은 내용이나 방법에서 미래의 필요한 역량을 개발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matics)을 중심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STEM을 중요한 교육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정규 교과에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 방법에서도 수능 중심의 대학입시와 지필시험 중심의 평가제도로 인해 교과의 핵심 원리를 이해하는 것보다 문제풀이 연습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OECD의 국제학력평가인 PISA2012에서 우리나라 학생의 수학 성적은 66개국 가운데 5위(OECD 국가 중 1위)로 매우 높았지만 수학 점수를 수학 공부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수학 점수는 66개국 중에서 58위(OECD 34개국 중 34위)에 그쳤다.

후자와 관련해 학력별 미스매치와 전공계열별 미스매치 현상을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학력별 미스매치는 20∼30년 뒤에 공급 인력 자체가 절반으로 줄어들면 모든 학력 수준에서 구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이때 고부가가치 영역의 인력을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저부가가치 영역의 인력은 공장 자동화 및 사무 자동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생산성 감소를 막는 효과적인 방안이다. 2030년의 인력수요 전망에 의하면 숙련 수준이 높은 전문가의 수요가 60만9000명 증가해 가장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판매종사자는 13만2000명, 기능원과 장치기계조작 종사자는 11만 7000명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대학의 전공계열별 미스매치의 해소를 통해 고급인력의 효율적인 공급을 도모할 수 있다. 2020년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중계열별 취업률을 보면, 약학계열이 92.5%로 가장 높았고, 의료계열(91.4%), 간호계열(81.4%), 치료 보건계열(75.1%) 등 의약계열이 가장 높은 취업률을 보였다. 중등교육계열이 38.4%로 가장 낮았고, 인문과학계열(46.6%), 음악계열(46.7%), 교육일반계열(47.1%), 법률계열(48.0%) 등이 50%에 미치지 못하였다. 중계열 수준에서도 계열별 취업률의 차이가 40% 이상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학과 수준에서의 격차가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고급인력 양성의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학과 계열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2021년 출생아 수는 26만500명으로 2000년 64만89명의 40.7%에 불과하다. 현재 출생하는 아동이 사회와 대학에 진학하고 진출하기 시작하는 20∼30년 뒤에는 심각한 수준의 인력공급 부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비하려면 학교교육을 생산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영역의 인력 수요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재구조화하고 효율화할 필요성이 있다.

유한구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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