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사무실 방화범, 1월 일기장에 “불바다 만들려 휘발유 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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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전 범행 계획한 것 드러나
경찰 “비상구 통로 막아 피해 커져”
건물주 등 5명 입건… 檢 송치 방침

경찰관과 소방관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대구 수성구 범어동 우정법원빌딩
 2층 방화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대구=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경찰관과 소방관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대구 수성구 범어동 우정법원빌딩 2층 방화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대구=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난달 9일 대구의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지른 천모 씨(53)가 범행 5개월 전 개인 컴퓨터에 방화를 암시하는 글을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건물 비상구로 통하는 길을 벽으로 막은 사실을 적발해 건물주와 관리인 등을 입건했다.

대구경찰청은 13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천 씨는 올 1월 자신의 컴퓨터에 “(변호사) 사무실을 불바다로 만들고자 오래전에 휘발유와 식칼을 구입했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이 글은 일기 형태의 문서 파일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천 씨의 신용카드 내역도 분석했지만 휘발유와 흉기 등 범행 도구를 언제 어디서 구입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은 천 씨에 의한 방화 살인으로 결론지었고, 천 씨가 현장에서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천 씨는 재개발 사업에 수억 원을 투자했다가 돌려 받지 못하자 2016년 시행사 대표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재판에서 연이어 패하자 상대 측 대리인인 배모 변호사(72)에게 앙심을 품고 배 변호사의 사무실이 있던 대구 수성구 우정법원빌딩에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배 변호사는 사건 당시 자리를 비워 화를 면했지만 같은 사무실을 쓰던 변호사 등 6명과 천 씨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또 건물주 A 씨와 건물관리 책임자, 소방점검자 등 5명을 소방시설법 및 건축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비상구로 통하는 통로와 유도등 앞을 사무실 벽으로 가로막은 탓에 입주자들이 대피하기 어려워 40여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이들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변호사사무실#방화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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