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2배 껑충, 대출 갚아야 하나”…한은 빅스텝에 빚투·영끌족 ‘야속’

  • 뉴스1
  • 입력 2022년 7월 13일 11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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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2.6.26/뉴스1
26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2.6.26/뉴스1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2년 전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열풍에 가담해 은행에서 8000만원 한도로 신용대출을 받았다. 당시 금리는 3.1% 수준으로 월 대출이자는 20만~21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며 슬금슬금 이자가 오르더니 이달에는 5.1%까지 치솟았다. 이자 부담은 30만원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올리면서 일부라도 대출을 갚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사상초유의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이자 부담을 걱정하는 직장인들의 한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금리 6%대’ 이자 부담 2년새 2배 늘었다…“이제는 갚을래요”

A씨는 “빅스텝까지 나왔으니 3%대 초반으로 시작한 신용대출 금리가 6% 가까이 오르는 게 당연하게 됐다”며 “이자 부담이 2년 전보다 2배 이상 오르게 되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씨(30·여)는 “현재 5000만원 한도로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있는데 금리가 6.2% 정도 된다”며 “언제 갚아야 하나 시점을 재고 있었는데, 기준금리가 0.5%p 또 올랐다면 이제는 버티기 힘들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3.98~6.02%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에 비해서 1.3%p(포인트)가량 올라간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모두 최상단 금리가 6%를 넘어섰다.

기준금리는 올해 2.75%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대출금리는 7%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49.77포인트(2.13%) 하락한 2292.01을 나타내고 있다.  2022.7.6/뉴스1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49.77포인트(2.13%) 하락한 2292.01을 나타내고 있다. 2022.7.6/뉴스1


◇빚투·영끌 실패한 직장인 타격 더 커…주식·집값 하락에 ‘이중고’

금리 인상 속 빚투와 영끌에 실패한 직장인의 경우 타격은 더 심각하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모두 하락해 손해를 본데다 이자부담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기도 평택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씨(40·여)는 지난해 초 모아둔 자금 5000만원과 신용대출 3000만원을 더해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주식이 크게 떨어지면서 8000만원이던 투자금이 5000만원으로 줄었다. 최모씨는 “금리가 계속 높아지면서 이자 부담만 10만원 가까이 늘었다”면서 “장이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이제는 포기하고 빚부터 갚을 예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집값 상승기에 내 집 마련에 나섰던 직장인들도 최근 금리 인상이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씨(36)는 2년 전 집을 사면서 주택담보대출 3억원을 금리 2.8%에 받았다. 그러나 2년간 금리는 계속 올라 현재는 4%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이씨는 “주담대를 받을 때 변동금리가 고정금리에 비해 훨씬 조건이 좋아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며 “현재는 이자부담이 20만원 이상 늘어서 뼈저리게 후회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집값도 전혀 오르지 않았고, 외려 떨어진다는 얘기까지 나와서 두렵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전세에 살거나, 내 집 마련을 염두에 두고 있던 직장인들도 금리 인상에 울상 짓기는 마찬가지다. 동작구 거주 직장인 정모(43)씨는 “전세 만기를 앞두고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전세대출 금리가 5%에 가까워 고민이 크다”며 “아내와 의논해서 월세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구 직장인 박모씨(35)는 “집을 사기 위해 2년간 알아봤지만, 너무 올라서 쳐다만 보다가 못 샀다”며 “이제는 좋은 매물이 나와도 금리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대출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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