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사회

“냉매가 불쏘시개?” 전소된 전기차 화재 어디서 시작됐나

입력 2022-06-24 03:00업데이트 2022-06-24 04:09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부산경찰청 합동조사팀 원인 조사
4일 오후 11시경 부산 강서구 서부산요금소를 통과하려던 아이오닉5 차량이 충격흡수대를 들이받은 뒤 화염에 휩싸였다. 불이 잘 꺼지지 않자 소방관들은 이동식 침수조를 설치한 뒤 물을 쏟아부어 화재를 진압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4일 부산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와 관련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최초 발화 지점’ 분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발화 지점이 어디인지 밝혀내야 사고 재발 방지책을 구축하고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2만5108대였던 국내 등록 전기차 수는 지난해 23만1443대로 5년 새 9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 충돌 사고 후 화재로 2명 사망

4일 오후 11시경 남해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전기차 아이오닉5가 부산 강서구 서부산요금소 충격흡수대를 들이받았다. 곧바로 화재가 발생해 3시간 이상 계속되면서 2명이 숨졌다.

23일 부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이 참여하는 합동조사팀이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세 기관 관계자는 합동감식을 위해 17일 회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고 차량 보관 장소에서 정밀 감식을 할 경우 배터리가 추가로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결국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옮긴 뒤 다시 감식하기로 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 규명이 중요한 것은 주행 중인 전기차가 충돌 뒤 불에 탄 사례가 드물어서다.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총 93건인데, 주행 중인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고는 △2020년 12월 9일 서울 테슬라 사고 △2021년 7월 14일 대구 포터EV 사고 등 이번 사고를 포함해 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 전기차 앞부분서 발화했을 가능성

차량 하부에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는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배터리의 최소 구성단위인 셀 내부의 양극과 음극이 외부 충격을 가하면 고열이 발생하고, 가연성 젤 형태인 전해질에 불이 붙어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그러나 이번 사고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대덕대 이호근 자동차학부 교수가 입수한 국과수의 사고기록장치(EDR) 분석 결과 이번 사고 차량은 시속 90km 속도로 달리다 충돌했다. 그러나 이 정도 속도의 충돌로 배터리가 폭발했을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이 교수 등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전기차에는 충돌 테스트를 통과한 배터리가 장착되는 데다 사고 차량의 경우 충격을 경감시키는 충격흡수대를 들이받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룸에 해당하는 전기차 앞쪽 제어장치의 특정 부분에서 충격으로 불씨가 발생해 배터리로 옮겨붙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 보닛 아래에는 배터리의 전력을 모터에 쓰도록 전류를 변환하는 통합전력제어장치(EPCU)와 △차량 탑재용 충전기(OBC) △구동모터 △감속기 등이 설치돼 있다.

경남정보대 정용근 전기수소자동차과 학과장은 “아이오닉5의 에어컨에는 가연성 냉매가 쓰인다”며 “충돌 충격으로 순식간에 냉매에 불씨가 발생해 배터리까지 옮겨붙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도 “가연성인 냉매와 워셔액 등에서 불이 먼저 시작됐을 개연성이 크다”면서도 “전기차 보닛 아래에는 조수석 너비의 공간이 있는데 운전자가 이곳에 가연성 물질을 뒀다면 이곳 먼저 폭발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사고 때마다 원인에 대해 정제되지 못한 각종 추측이 난무하며 소비자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수사기관의 초기 단계 조사 결과가 끝나는 대로 결과를 빨리 발표하는 등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사회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