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내가 대법관한테 말 안했으면 큰일날 뻔”… 대법원 판결 놓고 정영학과 功 다퉈[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1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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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21화입니다.》

지난해 10월 14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10월 14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만배는 ‘내가 대법관한테 말을 안했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 말했고, 정영학은 ‘제1공단 사건을 유한기(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에게 부탁해서 해결했다’고 말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죠?”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50억 뇌물수수’ 사건 7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남욱 변호사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측 변호인의 이 같은 질문에 “맞다. 김 씨에게 들은 내용”이라고 답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검찰 조사 당시 “제1공단 사건이 대법원에서 뒤집히는 데 누가 공을 세웠는지에 대해 정 회계사와 김 씨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며 이런 진술을 했다고 합니다.

2010년 성남시 신흥동 제1공단 공원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 성남시는 1공단을 공원화하기 위해 대장동과의 결합개발을 추진했습니다. 이를 위해 성남시는 이미 기존 개발 계획에 따라 1공단 부지 약 88%를 매입하고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던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신흥)의 사업자 지정 신청을 거부하고 기존 개발계획을 백지화했습니다.

이에 신흥이 성남시를 상대로 “사업자 지정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내면서 성남시는 신흥과 장기간 법적 분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성남시는 2014년 8월 1심에서 승소했지만 대장동 사업이 본격화된 이듬해 8월 2심 재판부는 “성남시의 처분이 위법하다”며 신흥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1공단과의 결합 개발로 추진되던 대장동 사업에 법적 리스크가 생긴 겁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2016년 2월 대법원은 2심을 다시 뒤집어 성남시 승소 판결했습니다.

남 변호사의 진술은 이 대법원 판결을 두고 김 씨와 정 회계사가 서로 자신이 손을 쓴 덕분이라고 주장했다는 겁니다. 이날 남 변호사는 “김 씨가 정 회계사의 이야기가 거짓말이고 본인이 (대법원에) 이야기해서 그렇게 결과가 나온 것처럼 자랑하는 식으로 설명해줘서 기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김만배 “대법원 이야기도 ‘50억 클럽’ 이야기도 다 거짓말”

올 2월 4일 곽상도 국민의힘 전 의원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올 2월 4일 곽상도 국민의힘 전 의원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 씨 측이 남 변호사에게 곽 전 의원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이 같은 질문을 한 것은 평소 김 씨가 대장동 사업과 관련된 자신의 역할을 거짓으로 부풀리곤 했다는 것을 보이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김 씨는 측은 이날 남 변호사에게 “김 씨가 정 회계사와 다투며 자기 공을 치켜세우려고 한 사실을 아느냐”, “대장동 사업에서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서로 자신의 공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하는 일이 종종 있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이는 김 씨가 ‘내가 대법원에 힘을 썼다’는 말이 당연히 거짓말인 것처럼 이른바 ‘50억 클럽’을 거론하며 곽 전 의원 등에게 돈을 줘야 한다고 말했던 것도 마찬가지로 거짓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섭니다. 김 씨 측 변호인은 “김 씨는 (50억 클럽을 언급한 이유에 대해) ‘법조계 인맥 도움을 받았다고 거짓말해도 남 변호사나 정 회계사가 쉽게 넘어갔고 이들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도 없어서 공통비를 더 부담시키려는 의도였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 씨에게 퇴직금 등 명목으로 돈이 건너간 것 자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김 씨 측은 이날 남 변호사에게 “김 씨와 병채 씨가 서로 삼촌 조카로 부르며 가까이 지낸 것을 아느냐”며 “병채 씨가 김 씨에게 건강 악화를 호소하자 김 씨가 평소 아끼던 병채 씨에게 (돈을) 준 거고 50억 클럽과는 무관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즉 김 씨는 곽 전 의원에게 직접 돈을 준 것이 아니고 병채 씨에게 지급한 돈은 당연히 50억 클럽과도 관련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5년 대장동 민간사업자 공모를 앞두고 하나은행 측이 화천대유 측 컨소시엄에서 빠지지 않도록 도와 준 대가로 김 씨가 아들 병채 씨를 통해 곽 전 의원에게 50억 원을 지급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날 남 변호사는 하나은행이 참여하지 않아 컨소시엄이 깨질 뻔한 위기를 곽 전 의원이 해결해줬다는 얘기를 김 씨에게 직접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성남의뜰이 (대장동 사업자로) 선정된 직후 이 얘기를 처음 들었다”며 “(이후에도) 김 씨가 무용담 얘기하듯이 여러 차례 얘기해서 디테일하게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 성남공무원 “이재명 단독 결재한 ‘1공단 분리’ 문건에 당황”

10일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36차 공판에는 성남시에서 대장동 사업을 담당했던 공무원 함모 씨와 김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날 공판에서도 주요 쟁점은 1공단이었습니다.

2016년 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성남시장)이 단독 결재한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현안보고’ 문건.
2016년 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성남시장)이 단독 결재한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현안보고’ 문건.


2015년 8월 신흥과의 소송 2심에서 패소한 뒤인 2016년 1월 12일 이 의원(당시 성남시장)은 대장동 사업과 1공단 사업을 분리하는 내용의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현안보고’ 문건에 결재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성남시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이틀 전인 같은 해 2월 16일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사업과 1공단 개발사업을 분리하는 최종 결정을 내렸습니다. 화천대유 입장에서는 법적 분쟁 중인 1공단을 떼어냄으로써 결합개발 시 추가로 필요한 2560억 원의 자금 조달을 피하고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 겁니다.

검찰은 ‘대장동 5인방’이 금융비용 절감 등 자신의 이익을 위해 줄곧 1공단과 결합개발로 추진돼온 대장동 사업에서 제1공단 사업을 떼어내려 했다고 봅니다. 검찰은 당시 성남시 실무 부서에서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이라 1공단 분리를 실질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었고, 법원 판단이 어떻게 나오든 사업 추진에는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봅니다. 오히려 분리 결정에 따라 성남시의 정책 방향이었던 1공단 공원화가 차질을 빚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입니다.

따라서 검찰은 성남시의 결합개발 분리 결정이 통상의 절차를 벗어나 이례적으로 이뤄진 것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함 씨는 이날 현안보고 문건에 대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성남시 내부 결재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장에게 직접 보고해서 결재받은 걸 보고 당황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고 증언했습니다.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공사 직원들은 이와 관련해 “정민용 변호사가 이 의원에게 성남시 결재를 받아왔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습니다.

검찰은 김 씨에게는 “성남시 주무부서의 기존 입장은 결합개발을 통해서 1공단 공원화를 성사시킨다는 것이었는데, 현안보고에는 1공단을 분리하면서 1공단 공원화에 대해서는 전혀 담보된 것이 없다”며 “그렇다면 이 문서에 이 의원이 결재를 한 건 성남시 주무부서 입장과 부합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김 씨는 “이후에 다시 공사에서 공원 조성을 어떻게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부합, 불부합을 따질 건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반면 피고인 측은 소송 결과에 따른 법적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성남시나 공사가 당연히 했어야 하는 ‘예정된’ 결정이라는 측면을 강조했습니다. 이 의원의 현안보고 결재는 공사 측 정 변호사가 절차적 효율을 위해 업무 협조 차원에서 받아온 것이고, 이를 전후해 충분한 내부 논의와 정상적 절차를 거쳐 1공단 분리가 결정됐다는 겁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다음 재판은 17일 열립니다. 15일 열리는 곽 전 의원의 뇌물수수 사건 공판에서는 김만배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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