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월 초고층 건물 흔들린 이유는…“아이돌 칼군무로 인한 공진현상탓”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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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회 2개월 조사끝에 결론

올 1월 20일 서울 성동구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업무동 ‘디타워 서울포레스트’에서 발생한 건물 흔들림 현상의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이 2개월 넘게 조사한 끝에 반복적 춤 동작 등으로 인한 진동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건물 6∼19층에는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가 입주해 있는데 안무연습실(9∼11층, 18층)에서 연습생 등이 ‘칼 군무’를 추면서 생긴 진동이 건물의 고유 진동과 맞아떨어져 생긴 ‘공진현상’ 때문에 건물이 흔들렸다는 것이다. 당시 건물이 아래위로 흔들리면서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다수 소방서에 접수됐다.
○ 건물과 춤 동작 진동주기 일치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건축학회는 건물주인 LB자산운용의 의뢰로 최근 이 건물에서 발생한 흔들림 현상과 관련한 200페이지 분량의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고 입주사 등을 상대로 설명회를 가졌다.

이상현 단국대 건축학부 교수 등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건축학회는 건물 진동의 원인을 ‘집단 율동 하중에 의한 공진현상’으로 결론 내렸다. ‘공진현상’은 △바람 △사람의 활동 △기계 진동 등 건물 내외부에서 발생한 진동이 건물 고유의 진동과 일치하면서 건물이 평소보다 많이 흔들리는 현상이다. 진동주기가 정확히 맞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국내에선 2011년 39층 건물인 서울 테크노마트에서 발생했는데 당시 12층 피트니스센터에서 단체 운동을 하며 생긴 진동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건축학회는 정확한 진동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외부 요인을 먼저 점검했는데 바람, 지진, 발파공사 등의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어 건물이 흔들린 다음 날인 1월 21일부터 3월 31일까지 건물 전체 진동을 모니터링하며 가상의 진동실험을 했다.

발구름을 30초 이상 반복하면서 실험을 진행했는데 실제로 진동이 전체 건물로 퍼지면서 공진현상이 관측됐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 노래·안무연습실이 있는 9층의 경우 진동 크기가 59.3gal(진동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관측됐다. 11층은 1.9gal로 측정됐는데 현대글로비스 사무실이 있는 25층의 경우 3.3gal의 진동이 전달됐다. 실험층을 중심으로 건물 전체가 흔들리면서 고층에 더 많은 진동이 전달된 것. 진동 1gal이면 일반인이 느낄 수 있고 2gal은 ‘화분 난초의 흔들림이 눈으로 보이는 수준’이다. 실험 결과를 토대로 건축학회 전문가들은 디타워의 진동원인을 ‘집단율동’에 의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연습생 등의 군무로 인한 진동이 건물 고유의 진동주기와 일치하면서 흔들림이 발생한 것으로 본 것이다.
○ “건물 설계, 시공상 문제는 없어”
건축학회는 보고서를 통해 “건물 설계나 시공, 안전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축학회 관계자는 “건축물은 절대적으로 안전한 상태”라며 “진동 크기를 줄일 수 있는 제어장치 설치를 권고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유리창 깨짐 현상은 입주사 인테리어 시공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진동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12월 지어진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지상 33층의 업무공간인 디타워와 49층의 주거단지 2개동, 4층의 상업시설로 구성돼 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디타워 서울포레스#공진현상#시공상 문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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