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수직의 대중교통[고양이 눈썹]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30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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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019년 9월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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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대중교통은 모두 바퀴로 이동합니다. 전철 버스 택시는 물론 공유자전거와 킥보드까지. 줄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대중교통도 있습니다. 케이블카와 에스컬레이터, 그리고 엘리베이터입니다. 사실 이것들의 줄도 바퀴에 매어 돌아갑니다. 또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이라는 점에서 모두 대중교통이라고 봐야 합니다.

강원 춘천 삼악산 호수케이블카. 2021년 10월. 동아일보DB
강원 춘천 삼악산 호수케이블카. 2021년 10월. 동아일보DB


도시의 미관을 확 바꾼 마천루(摩天樓·skyscraper)는 철골 건축 공법과 엘리베이터 때문에 가능합니다. 수직으로 서 있는 엄청난 공간이지요. 연면적과 유동인구 규모로 보면 작은 도시 수준입니다. 큰 빌딩은 아케이드와 주차장 등 넓고 깊은 지하공간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수직 공간 내부의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엘리베이터입니다.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는 엘리베이터를 못 이용할 때의 대체재일 뿐이죠. 이 발명품 덕에 인간은 주거지를 하늘(天空)과 지하로 확장하며 공간 밀도를 올려 도시가 옆으로 한없이 커지는 것을 막았습니다. 한국도 고층 아파트로 주택문제를 해결했죠.

인천 송도신도시. 2019년 10월. 동아일보DB
인천 송도신도시. 2019년 10월. 동아일보DB


현대 도시는 수직과 수평이 얽힌 입체 공간입니다. 도시의 건축구조는 수평적인 동시에 수직적입니다. 지상·천공·지하에 사람들이 거주하고 이동하는 공간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대중교통으로 연결돼야 합니다. 역세권에 직장(대형 빌딩)과 집(아파트)이 있는 사람이 대중교통으로 퇴근을 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시죠.

①엘리베이터로 건물 1층 도착(수직이동) → ②지하철역까지 도보(수평이동)→ ③에스컬레이터로 승강장 도착(수직이동) → ④지하철로 집 근처 역 도착(수평이동) → ⑤에스컬레이터로 지상 올라옴(수직이동) → ⑥집까지 도보(수평이동) → ⑦아파트 도착해 엘리베이터 이용(수직이동)

수평·수직 이동이 섞여 있고, 대중교통이 이들을 연결합니다. 즉 환승이 반복됩니다. 이 연결 고리가 약하거나 매끄럽지 못하면 갈등과 혼란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1981년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운영을 시작했을 때, 서울시는 시민들의 만족도가 무척 높을 것이라 예상했다고 합니다. 위치가 서울 반포이니 경부고속도로의 끝지점이었고, 웬만한 전국 주요 도시에 닿을 정도로 노선이 많았으니까요. 그러나 다른 이유로 이용객들의 불만이 연일 폭발했습니다. 당시 지하철3호선은 공사 중이었고 잠원동과 반포 일대는 흙먼지 날리는 공사판. 시내버스도 드물었습니다. 이용객들이 강북으로 가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택시를 타야했습니다. 이 때만해도 대중교통은 접근성과 연결성(환승)이 핵심이라는 점을 서울시가 아직 이해를 못해서였다고 추정합니다.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는 공공재이며 지상과 지하의 ‘연결 고리’입니다. 장애인이나 어르신 등 교통 약자들에겐 필수 교통수단이죠. 서울시의 거의 대부분 지하철역에는 이미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환승역 같은 복잡한 구조의 지하철역은 이 ‘연결 고리’가 여전히 매끄럽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승강장까지 연결되지 않는 역도 아직 있습니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안내도. 3개 노선 환승역이고 비대칭 입체 구조인데요, 엘리베이터가 11개가량 있지만 환승을 위해서는 미로 같은 복잡한 수평-수직 이동을 해야합니다. ‘디자인서울’ 홈페이지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안내도. 3개 노선 환승역이고 비대칭 입체 구조인데요, 엘리베이터가 11개가량 있지만 환승을 위해서는 미로 같은 복잡한 수평-수직 이동을 해야합니다. ‘디자인서울’ 홈페이지


엘리베이터를 편의시설이 아닌 대중교통이라 규정하면 편의성이 더 좋은 환승 대책이 마련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도시는 이미 세계가 모방하는 세련된 지하철-버스 환승 연결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엘리베이터 등 다른 대중교통으로 확장하는 꼼꼼한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장애인 단체 시위로 출퇴근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둘러싼 갈등도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라봅니다.

서울 지하철9호선 양천향교역 엘리베이터. 진입 통로가 좁아 큰 휠체어로는 들어가기 힘듭니다. 또 휠체어를 돌릴 공간이 없어 나올 때는 통로를 후진으로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대중교통으로 인식했다면, 이런 설계는 처음부터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 4월초 이 역에서는 한 전동휠체어 장애인이 이 승강기를 이용하지 않고 에스컬레이터로 오르다 추락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2021년 4월
서울 지하철9호선 양천향교역 엘리베이터. 진입 통로가 좁아 큰 휠체어로는 들어가기 힘듭니다. 또 휠체어를 돌릴 공간이 없어 나올 때는 통로를 후진으로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대중교통으로 인식했다면, 이런 설계는 처음부터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 4월초 이 역에서는 한 전동휠체어 장애인이 이 승강기를 이용하지 않고 에스컬레이터로 오르다 추락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2021년 4월
전국장애인차별연대 시위 / 동아일보DB 2021년 12월
전국장애인차별연대 시위 / 동아일보DB 2021년 12월
‘닫힘’ 버튼에 가장 많은 흠집이 생기는 것은 한국 엘리베이터만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 항균 필터를 붙여도 별 수 없네요. 2021년 3월 속초
‘닫힘’ 버튼에 가장 많은 흠집이 생기는 것은 한국 엘리베이터만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 항균 필터를 붙여도 별 수 없네요. 2021년 3월 속초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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