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표창검사, 文·尹에 “차라리 경찰로 보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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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18일 14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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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로비 유리벽에 비친 태극기와 검찰기.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로비 유리벽에 비친 태극기와 검찰기.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현직 검사가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발의에 반발하며 “차라리 저를 경찰에 보내달라”고 말했다.

18일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43·사법연수원 38기)는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문재인 대통령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님께 간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차 검사는 문 대통령을 향해 “(저는) 지난해 초 대통령님으로부터 표창 받은 평검사”라며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로 근무하면서 텔레그램 n번방 수사 등 여성아동범죄 엄단에 기여했다 칭찬하시며 표창을 주셨다”고 했다.

이어 “검수완박 법안의 다른 모든 내용을 차치하고라도 그저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개정 형사소송법 제217조가 어떻게 개정돼있는지 만이라도 한 번만 읽어 봐주시길 간청드린다”고 말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17조 2항에서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1항(체포 후 24시간 이내 긴급 압수·수색·검증) 또는 216조 1항 2호(체포현장에서의 압수·수색·검증)에 따라 압수한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에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라는 문구에서 ‘검사’를 삭제하고 ‘사법경찰관’이라고만 명시했다.

이에 해당 개정안이 위헌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헌법 12조는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 검사는 이를 두고 “규정 자체로 헌법 위반이고 이번 법안이 얼마나 고민 없이, 아무런 검토도 없이 급조됐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며 “대통령님께서 이러한 법안이 시행돼 우리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힘써 주시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호소드린다”고 했다.

차 검사는 윤 당선인에겐 “당장 8월이 되면 19세기 이후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틀이었던 검찰 제도 자체가 없어지고 경찰 수사를 감시하고 보완할 제도 자체가 없어진다”며 “차라리 수사할 수 없는 저를 경찰서로 보내 달라. 미력하나마 그간 십여 년간 쌓은 제 수사경험을 토대로 경찰관님들과 함께 수사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고 그 모든 상황을 기록하고 후세에 전하는 일을 맡겠다”고 요청했다.

이어 “부정부패 범죄는 하루의 공백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검사인 저는 특검이든, 중대범죄수사청이든, 한국형 FBI든 조직과 예산을 만드는 데 몇 년이 걸리는 동안 증발해버릴 범죄를 눈뜨고 지켜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디든 좋으니 공터에 텐트라도 쳐 놓고 저를 불러달라. 8월 이후 전문가들이 모여 부정부패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사람만 모아달라”고 덧붙였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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