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前대표 “환수 조항, 터무니없어”에…檢 “경제적 이해관계 걸려”[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9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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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증인, 출석하기 전에 변호인과 접촉한 사실이 있습니까?”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 20차 공판에서 검찰은 증인으로 출석한 이성문 전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표에 대한 재주신문 과정에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 전 대표는 현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변호사들을 4일 처음 증인으로 출석하기 4~5일 전에 만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검찰이 만남의 목적을 묻자 이 전 대표는 “변호사분들이 도시개발사업을 잘 모른다. 모르니까 사업 전반의 업무 흐름 등을 묻기에 제가 경험한 대로 이야기해줬다”고 답했습니다. 또 “무슨 저한테 예상 신문사항을 주고 ‘이렇게 대답해라’ ‘저렇게 대답해라’ 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은 “그 질문은 안했는데 답변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고 이 전 대표는 “검사님 취지가 변호사하고 증인하고 짜고 얘기한 게 아니냐는 걸로 들린다”고 답했습니다.

검찰이 재차 “만났냐고 물어본 것뿐”이라며 답변 이유를 묻자 피고인 측은 “(검찰이) 증인을 괴롭히고 있다”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며 법정엔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이후 재반대신문에서 김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 측의 증인 접근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2002년 대법원 판례를 짚은 뒤 “변호사들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해달라고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전혀 그런 것 없다”고 답했습니다. 김 씨 측은 증인신문이 끝난 뒤 “결코 (검찰이) 의심하는 차원이 아니고 적법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4일과 8일 각각 열린 19·20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대표는 지난해 9월까지 화천대유 대표이사를 맡아 대장동 사업 실무를 담당한 인물입니다. 이 전 대표는 몇 년 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성남시가 2018년 6월 기준 대장동 사업으로 총 5503억 원의 이익을 거의 확정적으로 확보했다고 봐야 한다”고 해 이 상임고문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습니다. 20차 공판에는 전직 화천대유 직원 박모 씨도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 이성문 “초과이익 환수 조항, 터무니없어서 기억 안 나”

기본적으로 검찰은 2015년 5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화천대유 측 성남의 뜰 컨소시엄과 사업협약 체결을 협의하던 때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개발사업1팀 실무자들의 건의를 묵살한 것은 김 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등 대장동 5인방이 공모해 민간에 이익을 몰아주려 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반면 피고인 측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같은 해 2월 이미 공고된 공모지침서 내용에 반하는 것이라 당연히 들어갈 수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또 확정 이익 방안을 담은 공모지침서 내용은 이 상임고문(당시 성남시장)의 공식적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2015년 5월 27일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포함된 ‘사업협약서 수정안’이 개발사업1팀에서 전략사업실로 보내졌다가 7시간 만에 이 조항이 삭제된 ‘재수정안’이 작성됐습니다. 이날을 전후해 공사와 성남의 뜰 간에는 사업협약 체결 협의를 위한 회의가 세 차례 열렸습니다. 4일 재판에서 검찰이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이 전 대표가 참석한 26일 회의에서 공사는 사업협약서 수정안을 성남의 뜰 측에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전 대표는 당시 논의된 일부 다른 내용은 기억하면서도 수정안에 담긴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보거나 논의한 기억이 아예 없고, 지난해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이 “증인이 기억하는 문제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는, 사업 전반의 수익 배분 구조와 관련된 부분인데 기억이 안 나느냐”고 묻자 이 전 대표는 “제가 왜 기억이 안 나냐면 워낙 터무니없는 내용이라 기억이 안 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같은 해 2월 이미 공모지침서 상 수익배분 항목의 만점 기준을 충족해 사업자로 선정된 상태에서, 공사가 추가 이익 배분을 요구하는 건 “부당하고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공사에서 (사업협약 단계에서 초과이익 환수를) 요구하는 건 관(官)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소위 ‘갑질’하는 거라고밖에 생각이 안 된다”며 “하려면 (그 전에) 공모지침서에 넣던지 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문제 외에도 이번 사건의 주요 쟁점에 대해 줄곧 검찰 공소사실보다는 피고인 측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증언을 했습니다. 검찰이 대장동 5인방이 의도적으로 낮춰 잡았다고 보는 대장동 택지 분양 예상가 산정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고, 검찰이 공모지침서의 ‘7대 독소조항’으로 지칭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통상적 관행”이라고 답했습니다.

● 이성문 “검찰에 모든 자료 넘긴 정영학, 거짓말 한다고 생각”

주로 부동산개발사업 분야에서 일해온 변호사였던 이 전 대표는 2000년 초부터 대학 선배인 법조기자 김만배 씨와 교류하다 2015년 1월 사업 제의를 받고 화천대유 대표직을 맡았다고 합니다. 이 전 대표는 이후 통상적인 회사 업무는 자신이 처리했다면서 일부 중요한 사안만 대주주인 김 씨에게 보고했다고 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지난해 초까지 주로 정영학 회계사와 실무 협의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8일 진행된 반대신문에서 정민용 변호사 측은 “검찰에서 여러 차례 정 변호사에게 현금을 전달했냐는 질문을 받았지 않으냐”고 이 전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이어 “정 회계사가 2015년 화천대유 상무로부터 증인이 정 변호사에게 돈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며 “그런 취지로 이야기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이 전 대표는 “그런 말 한 적이 없다”며 “돈을 준 적이 없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고, 왜 그렇게 진술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자신의 추측이라고 전제한 뒤 “이 사건 자체가 정 회계사가 검찰에 모든 자료를 다 주고 시작됐지 않으냐”며 “자기가 검찰에서 주장하는 논리가 맞다고 주장하기 위해서 그렇게 (내가 정 변호사에게 돈을 줬다고) 거짓말로 이야기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정 회계사가 대장동·제1공단 사업 분리 결정에 대해 화천대유가 약 256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할 필요를 없애는 등 화천대유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서도 “다 갖다 붙이는 이야기”라고 일축했습니다. 검찰 수사의 ‘핵심 도우미’ 역할을 한 정 회계사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한 겁니다.

● 檢 “재판 결과에 경제적 이해관계 걸려 있지 않으냐”

변호인과 접촉한 사실이 있냐는 검찰의 질문은 8일 반대신문이 끝난 직후 검찰 측 재주신문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이외에도 검찰은 이 전 대표가 화천대유로부터 아직 못 받은 돈이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4일 주신문에서도 잠깐 이 전 대표의 화천대유 성과급과 월급 문제를 언급했던 검찰은 8일엔 질문의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검찰이 반대로 이 전 대표 증언의 신빙성을 흔들고 나선 겁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증인이 화천대유의 등기상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대표이사 때와 동일한 연봉을 받고 있고, 화천대유 소속이 맞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검찰은 “지난 기일에 (화천대유에서 약속받은) 성과급 120억 원 중 70억 원 정도만 받았고 나머지는 못 받았다고 증언했는데 이유가 뭐냐”고 물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성과급 취지대로 사업 준공이 되고 난 뒤에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검찰은 “성과급 50억 원을 지급할 법적 주체는 화천대유지만 화천대유는 김만배 씨의 개인회사이니 성과급이 김 씨의 의사에 달렸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또 “이 사건 (피고인인 김 씨 등이 유죄로 확정돼) 범죄 수익이 환수되면 증인의 성과급에 지장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개인적인 걸 떠나서 사업 성공을 위해서 직원들도 열심히 일했는데 회사 계좌가 동결된다 그러면 다 끝이다”라고 답했습니다. 검찰은 “이 사건 향방에 따라 증인의 경제적 이득 관계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검찰은 8일 이 전 대표 다음 순서로 증인신문이 진행된 전 화천대유 직원 박 씨에 대해서도 화천대유에서 아직 받지 못한 성과급 5억 원이 있다는 사실을 거론했습니다. 박 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화천대유의 사업 이익 배분과 자금 조달 문제 등과 관련한 문답으로 약 3시간가량 진행됐습니다.

11일 열리는 다음 재판에는 대장동 사업으로 지어진 아파트 분양대행을 독점한 분양대행업체 대표이자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인 이모 씨를 비롯해 “토목사업권을 주겠다”는 이 씨에게 2014~2015년경 20억 원을 줬다가 4년 뒤 이 씨에게 100억 원을 돌려받는 의심스러운 자금 거래를 한 토목건설업체 대표 나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입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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