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 앞두고…” 헬기 추락 순직 해경 유족들 통곡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8일 20시 44분


코멘트
8일 제주 마라도 해상에 추락한 헬기 탑승자 시신 2구가 부산 영도구에 있는 부산해경서 헬기장에 도착해  운구차로 옮겨지고 있다.2022.4.8© 뉴스1
8일 제주 마라도 해상에 추락한 헬기 탑승자 시신 2구가 부산 영도구에 있는 부산해경서 헬기장에 도착해 운구차로 옮겨지고 있다.2022.4.8© 뉴스1
“4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와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8일 오전 부산 남해해양경찰청 1층에서 동아일보 기자를 만난 황모 씨(58)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게 아직 믿기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황 씨는 “새벽 3시 경 비보를 접한 후 한숨도 못 자고 날이 밝자마자 상황 파악을 위해 찾아온 것”이라고 했다.

남해해경청 부산항공대에서 근무했던 아들 황현준 경장(28)은 이날 새벽 대만 해역에서 실종된 ‘교토1호’ 수색대원을 경비함정에 후송한 후 돌아오다 헬기 추락으로 순직했다. 황 씨는 “해군 부사관 제대 후 국가에 더 봉사하겠다며 해경 전탐사(헬기 레이더로 선박의 움직임 등을 파악하는 대원)가 된 아들이 자랑스러웠다”며 울먹였다. 해경의 한 동료는 황 경장에 대해 “밝은 성격의 막내로 팀 분위기를 이끌어 왔다. 어려운 여건에서 구조 임무를 완수하는 데 탁월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황 경장과 부기장 정두환 경위(51)의 시신은 이날 오후 부산시민장례식장에 안치됐다.

1층에 마련된 유족대기실에는 통곡과 흐느낌이 이어졌다. 해군 소령 출신으로 2017년 해경에 입사한 정 경위는 누적 비행시간이 3238시간에 달하는 ‘베테랑 조종사’였다. 남해해경청 관계자는 “책임감이 강하고 동료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종사였다. 오래 바다를 누빌 것으로 기대했는데 믿기 어려운 소식이 전해졌다”고 애통해했다.

유족들은 이날 대기실을 찾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대통령도 탄다는 최첨단 헬기가 왜 추락한 것이냐”고 항의했다. 황 경장의 어머니는 “밝은 시간에 움직였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일을 너무 무리하게 진행한 것 아니냐“고 했다. 한 유족은 “블랙박스 분석을 통한 사고원인 규명이 6개월 이상 걸린다는 말도 있다”며 답답해했다.

해경은 실종된 차모 경장(42)의 수색 상황을 지켜보며 추후 합동분향식 설치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순직자들은 대전 현충원에 안장되며 장례는 해양경찰청장으로 진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