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사교육 통해 신분상승 고착화… 온 사회가 학벌주의 깨기위해 나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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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학원강사 경험 담은 ‘대치동’ 펴낸 조장훈 씨

조장훈 씨가 작년에 출간한 ‘대치동’에는 신분 상승과 기득권 유지에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써있다. 조 씨는 학벌주의가 유지되는 한 제대로 된 교육은 없다고 본다. ‘대치동’이 한국 교육을 바로잡는 데 기여하려면 사교육 뒤에 숨겨진 ‘바람’의 실체를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조장훈 씨가 작년에 출간한 ‘대치동’에는 신분 상승과 기득권 유지에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써있다. 조 씨는 학벌주의가 유지되는 한 제대로 된 교육은 없다고 본다. ‘대치동’이 한국 교육을 바로잡는 데 기여하려면 사교육 뒤에 숨겨진 ‘바람’의 실체를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난 20여 년간 대치동에서 논술강사와 학원장으로 지냈던 조장훈 씨(45)가 “사교육을 경쟁 대상이자 수용 대상으로 여겨야 한국 교육이 제대로 설 수 있다”고 11일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사교육 척결에 목표를 두는 정책보다는 “사교육을 우리 사회가 가진 자원”으로 여길 때 공교육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공교육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 사이 사교육은 이미 산업의 한 부분이 됐다. 최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조사’에 따르면 사교육비는 23조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조 원이 늘었다. 이는 올해 교육예산 90조 원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7만8000원 증가한 36만7000원 이었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서도 4만6000원 느는 등 해마다 증가 추세다. 주식시장에는 5개의 사교육 업체가 상장돼 있는데 교보증권은 이달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사교육 기업 전망이 좋다고 봤다. 코로나19로 급격히 성장한 비대면 교육 시장과 에듀테크의 발전 가능성을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온갖 대책에도 사교육을 잡지 못하고 오히려 사교육이 시장에서 유망산업으로까지 여겨지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사교육에 가졌던 시각이 잘못됐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열린 마음으로 편견 없이 사교육의 실체를 규명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 조 씨의 의견도 이런 측면에서 귀 기울일 만하다.

조 씨는 지난해 말 자신의 대치동 학원강사 경험을 담은 단행본 ‘대치동’(사계절)을 펴냈다. 그는 대치동을 “학벌주의와 부동산 신화가 만나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책에서는 대치동 사교육 시스템이 어떻게 신분 상승과 계층 유지를 위해 작동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대치동의 강점을 “입시제도의 변화에 정교한 시스템을 활용해 빈틈을 찾아내고 대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취지가 좋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사회에서 공평한 입시로 보지 않는 것도 “준비 없이 졸속으로 도입해 엘리트 계층의 자녀들만 이득을 본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말은 대치동 학원을 다닌 학생 중에서 학종을 통해 얻은 ‘이익’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는 학종의 도입 과정에서 얻었던 것은 “시스템이 없으면 입시가 불평등을 확대시킨다는 점”이라고 했다. 2025년에 전면 실시될 고교학점제가 불충분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교육과정 설계전문가(교사)’의 충분한 수급이 필수임에도 2022년 1600명에 그치는 등 준비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치동의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 것을 “성공이라고 여기는 것이 비극”이라고 했다. “한국사회에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학벌에 대한 욕구를 위해 자녀의 동의 없이 방법을 찾으러 오는 부모들이 있는 한 학벌주의가 더 고착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도 대치동에서 “성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치동을 떠난 그는 콘텐츠 업계에서 제2의 출발을 하고 있다. 주말에는 12시간이나 강의를 해야 하는 체력적인 부담, 관계된 사람들의 생계, 변화하는 세상을 고민하기보다는 방법을 찾아주는 데 매몰됐기에 삶의 변화를 위해 떠났다는 것이다.

대치동의 위험성은 또 있다. 그는 대치동에 오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벌주의를 필요한 것으로 여기고 ‘대치동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순응하지만, 수동적으로 학원에 ‘배달돼 온’ 아이들은 자기주도성을 상실하고 의존적 배움에 익숙해진다는 것을 들었다. 전자는 학벌주의를 더 고착화시키고 후자는 설사 원하는 대학에 갔더라도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조 씨는 “학벌주의를 깨지 않고는 한국교육이 정상화될 수 없다”고 단언하며 “기업과 공공을 비롯한 온 사회가 학벌주의를 깨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인력 확보, 다양한 인적 자원 평가 시스템, 진로적성교육 설계, 교육서비스의 접근성 향상도 꾸준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꼽았다. 20대들의 ‘상위권 대학 진학=차별적인 특권’이라는 생각을 방치하면 ‘시험성적=차별’을 당연시하는 ‘더 위험한 사회’로 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학벌주의를 놔두고 입시가 문제라는 시각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에듀플러스#대치동#사교육#학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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