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의 인적·물적 자원 활용해 장애인과 노인의 삶 도와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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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다함께 미래로]〈5·끝〉지역사회의 동반자

지난해 여름 전남의 목포대 도림캠퍼스 대운동장에서 열린 ‘장애인 드론 자격증반’ 수업 장면. 박인수 씨(왼쪽)를 비롯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운동장 트랙에서 강사들의 도움으로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목포대 제공
지난해 여름 전남의 목포대 도림캠퍼스 대운동장에서 열린 ‘장애인 드론 자격증반’ 수업 장면. 박인수 씨(왼쪽)를 비롯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운동장 트랙에서 강사들의 도움으로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목포대 제공
“이제는 아이와 아내의 모습을 누구보다도 더 멋지게 카메라로 포착할 수 있게 됐어요.”

전남 영암군에 사는 박인수 씨는 어느 곳이든 거침없이 오르내리면서 가족의 사진을 찍어주지 못하는 게 늘 아쉬웠다. 박 씨는 초등학생 때 교통사고를 당해 이동할 때마다 휠체어를 타야 한다. 그랬던 박 씨가 지난해 9월 드디어 자유자재로 가족의 모습을 앵글에 담게 됐다. 박 씨의 소망은 어떻게 이뤄졌던 것일까.
● 장애인 및 노인과 더불어 살기
박 씨는 목포대(총장 박민서)의 ‘장애성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신의 꿈을 이뤘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이 프로그램에서 드론(무인동력비행장치 4종) 자격증을 취득한 것. 박 씨를 포함해 7명이 같은 자격증을 땄고, 다른 장애인들도 하모니카, 디저트 만들기, 서양화, 요가 등을 배웠다.

박 씨는 “드론 덕분에 가족과의 여가 생활이 더 풍요로워졌다”며 “농약 살포가 가능한 드론 1종을 취득해 부모님의 논농사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국립대학은 △기초학문 진흥 △지역네트워크 활성화 △고등교육 기회 확대 등을 통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사회적·공적 책무도 수행한다. 이 가운데 ‘지역사회 기여’ 분야는 주민들의 피부에 가장 와닿는 역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전국의 많은 국립대학들이 다양한 지역사회 기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밭대(총장 최병욱)는 ‘메이커스페이스를 활용한 장애인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장애인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각종 용품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한밭대와 건양대(총장 이철성), 사회적 기업 ㈜공생의 메이커스페이스,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 등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목소리’, ‘제3의 눈’ 등 장애인 생활용품 아이디어를 냈고 이 가운데 일부를 시제품으로 제작했다. 관련 경진대회 심사에 참여했던 위즈온 협동조합의 오영진 이사장은 “대학이 장애인들을 위해 이런 사업을 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장애인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 개선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 대학의 자원을 지역사회와 공유
지난해 4월 6일 부산 금정구 작은도서관에서 열린 ‘제5기 시민인문 아카데미’ 강연 . 시민들이 양흥숙 부산대 교양교육원 교수의 ‘우리 동네 이름은? 지명에 담긴 부산의 역사’ 강연을 듣고 있다. 부산대 제공
지난해 4월 6일 부산 금정구 작은도서관에서 열린 ‘제5기 시민인문 아카데미’ 강연 . 시민들이 양흥숙 부산대 교양교육원 교수의 ‘우리 동네 이름은? 지명에 담긴 부산의 역사’ 강연을 듣고 있다. 부산대 제공
국립대들은 대학이 가진 인적·물적 자원을 지역에 나눠주고 공유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대학이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들고 소외된 부분을 채워나가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부산대(총장 차정인)의 ‘부산대와 함께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은 지역민들이 문화와 역사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부산대는 금정구, 해운대구, 동구 등 3개 지자체와 협약을 맺어 ‘시민 인문 아카데미’를 열고 각종 강연을 진행한다.

특히 금정 시민인문 아카데미는 교육기관 정부혁신 10대 우수사례에 선정됐다. 부산 동구에서 진행된 ‘산복도로 인문학 캠퍼스’는 ‘산업화와 동구의 희로애락’, ‘동구 안의 또 다른 세계문화’, ‘동구의 근·현대 역사 건축물’ 등 지역과 관련한 주제가 많아 주민들의 호응이 유독 높았다. 이 지역 주민들은 “미술사를 통해 우리 민족의 우수함과 위대함에 대한 자긍심을 느꼈다”, “딱딱한 이론 수업이 아닌, 내가 살던 시대와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강의해서 재미있었다”는 소감을 밝히는 등 참석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경인교육대(총장 김창원)의 ‘대학-지역사회 협력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초·중·고교생과 지역민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테크놀로지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하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과 8월, 11월에 ‘데이터로 상상하라’라는 주제의 전시도 열었다.

이 전시에선 미래 정보 자산인 데이터를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한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전시를 본 한 참석자는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데이터로 표현한 작품이 인상적이었다”며 “환경 보호를 위해 작은 실천으로 천연비누를 제작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군산대(총장직무대리 김동익)는 박물관과 해양수산실습원을 활용해 ‘문화유산 Job Go! 꿈 Job Go!’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학생들에게는 진로탐색 기회를, 주민들에게는 씨푸드 체험 기회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대구교육대(총장 박판우)가 운영한 ‘지역주민과 학생, 교직원을 위한 아우름 콘서트’는 학생, 교직원 및 지역주민 누구나 참여 가능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들을 지원하는 국립대 프로그램들도 많다. 금오공대는 ‘지역사회 노인을 위한 노인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스스로 제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노인 리더’를 양성하고 있다. 지난해 10∼11월에는 ‘노인 리더 지식 증강’(buildup) 프로그램도 개최했다. 생생 체조, 밸런스 워킹 등 노인들의 건강을 위한 신체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열렸다. 참석한 노인들은 “다음에는 스마트폰 활용법과 건강상식 등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강좌를 열어 달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부산교육대(총장 박수자)는 ‘한새문해학교’를 열어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과 다문화 이주민들에게 한글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또래 집단을 활용하는 ‘대학생 솔리언 또래상담자 양성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솔리언이란 ‘solve’(해결하다)와 ‘ian’(사람을 뜻하는 접미어)의 합성어로 고민을 듣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돕는 또래 친구를 뜻한다. 이 교육을 받고 교사로 임용된 김하은 오륙도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또래상담 기법이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국립대#지역사회의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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