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지뢰밭’ 싱크홀, 지하 매설물 손상이 주범…경기도 ‘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5일 1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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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충남 당진시 시곡동의 한 주차장에 지반침하(싱크홀)로 매몰된 차량. 2021.09.01. 당진소방서 제공
지난해 9월 충남 당진시 시곡동의 한 주차장에 지반침하(싱크홀)로 매몰된 차량. 2021.09.01. 당진소방서 제공
지난해 말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상가건물의 지하기둥이 파괴되고, 인근 도로에서 지반침하가 발생하면서 주민 3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런 도심지 지반침하(‘싱크홀’)가 최근 5년 새 전국에서 11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싱크홀 발생의 주원인이 하수관이나 상수관 등 지하 매설물의 손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싱크홀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2018년부터 관련법을 제정 시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관련법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등 문제를 방치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 ‘도심지 지반침하의 원인과 대책’을 최근 발행했다.

싱크홀, 10건 중 6건이 지하 매설물 손상이 원인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7~2021년 6월) 전국에서 모두 1176건의 지반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지하안전법‘)’에서 규정한 ①면적 1㎡ 이상 또는 깊이 1m 이상이면서 ②지반침하로 인하여 사망자나 실종자,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만 적용한 수치다.

즉 도로 표면에 조그맣게 생긴 단순 패인 자국(포트홀) 등은 제외한 것이다. 따라서 운전 도중 발견하는 도로 웅덩이와 같은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행정구역 별로는 경기도가 217건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147건) 광주(126건) 강원(125건) 부산(104건)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대전(85건) 서울(73건) 경남(57건) 인천(51건) 경북(50건) 등도 50건 이상이 발생했다.

발생 원인 별로는 전체의 60%에 가까운 680건이 지하 매설물 손상이 차지했다. 특히 하수관로 손상이 538건으로 절대적으로 많았고, 상수관로(97건)와 기타매설물(4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밖에 지하를 팠다가 메우기를 했지만 부실하게 처리한 경우가 203건이었고, 굴착공사나 상하수도관 설치 등 공사부실도 87건이나 됐다.

입법조사처는 “한국은 국가 전체 면적의 16%에 불과한 도시 지역에 전체 인구의 91.2%(2020년 기준)가 살고 있다”며 “최근 급증하고 있는 서울 부산 광주 등 대도시 지역의 지반침하로 인한 붕괴사고가 대규모 인명 및 재산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며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부실 대응이 화를 키운다
정부는 이같은 싱크홀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지하안전법을 제정했지만 안전관리 규정 등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반침하 우려가 있으면 지하시설물관리자는 ‘지반침하위험도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시군구청장에게 통보하고, 시군구청장은 결과를 검토해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고시해야 한다.

하지만 2021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지반침하위험도평가를 실시했거나 시행 중인 경우는 부산(1건) 경북 포항(2건) 충남 당진(1건) 등 4건에 불과했다. 또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고시된 지역은 한 곳도 없다.

지난해 12월 싱크홀로 인한 건물붕괴 사고가 발생했던 고양시도 이전에 이미 유사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을 우려해 지자체가 관련 조치를 미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고서는 따라서 “중점관리대상 지정·고시를 시군구청장의 재량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국토부 장관이 지하안전법에 따라 신고된 지반침하 사고를 분석하고, 동일한 행정구역에서 사고가 반복될 경우 관련 조치를 취하도록 조치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매립지에 조성된 도심지를 중심으로 도시 개발 전후의 지하수 흐름 변화를 조사하고, 지하수의 개발·이용이 지반침하에 미치는 영향 등도 면밀하게 검토해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심지에 노후화된 교량 터널 육교 옹벽 소규모 아파트, 건축물 등이 싱크홀 발생으로 인한 파손이나 붕괴 위험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전수조사 등을 통한 기초자료를 마련하고,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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