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파업 장기화-닷새째 점거…CJ대한통운 기업가치 하향 조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4일 14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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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무기한 투쟁, 21일 대규모 집회” 예고
CJ대한통운, 노조 불법행위 경찰에 고소하며 강경 대응
노조 괴롭힘에 숨진 택배대리점주 유족 “노조 총사퇴”

뉴시스
택배노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가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농성 장기화를 예고하면서 회사가 입을 손실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CJ대한통운은 경찰에 특정 노조원을 상대로 한 고소 고발에 나섰으나, 노조도 15일부터 무기한 투쟁과 21일 다른 택배사 노조의 파업 합류를 재차 강조하는 등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오후 2시 20분 기준 CJ대한통운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22% 하락한 11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코스피 하락률(1.22%)보다 높은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CJ대한통운 주가 약세는 택배노조의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점거에 따른 실적 하락 우려 때문이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은 CJ대한통운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삼성증권은 이날 목표주가를 기존 19만 원에서 14만 원으로 26.3% 낮추고, 투자의견을 ‘홀드’로 바꿨다. 삼성증권은 보고서에서 “배송 차질로 인한 물량 감소와, 파업 사태 봉합 후 이탈 고객을 수복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택배 부문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신영증권 역시 목표주가를 19만 원에서 16만5000원으로, 대신증권은 21만 원에서 18만 원으로 조정했다. 증권사의 목표 주가 하향은 통상 기업 실적이 기존 전망보다 더 부진할 것으로 예상될 때 이루어진다.

택배노조의 본사 점거가 닷새 째 이어지면서 CJ대한통운의 주요 사업에 직접적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CJ대한통운 매출의 31.6%가 택배사업에서 나왔다. 택배사업의 경우 국내 대리점 시스템을 통해 운영되는 만큼 노조의 본사 점거로 물류 대란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기업 이미지가 악화되고, 소비자 이탈이 우려된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택배노조 파업 탓에 불편함을 겪은 소비자나 소상공인들이 CJ대한통운 이용을 꺼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본사의 경우 근무 인원이 10명 미만으로 한정되면서 택배 이외의 글로벌 사업, 신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택배노조는 이날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로사방지 사회적 합의를 지켜내기 위해 이번 주부터 끝장 투쟁에 돌입한다”며 “점거농성을 지속하며, 15일부터 파업 조합원들이 전원 상경해 무기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21일에는 우정사업본부, 롯데택배, 한진택배, 로젠택배 등의 노조원들도 파업이 동참하고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는 대리점과 계약하기 때문에 노사 교섭의 대상이 아닌 만큼 “노조와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택배노조원들이 10일 본사 진입 과정에서 일으킨 폭력 행위에 대한 고소를 본격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농성 중 확인된 무단 취식과 방역수칙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보건당국 등에 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택배 노조원들의 집단 괴롭힘에 극단적 선택을 한 CJ대한통운 김포 장기대리점 소장의 아내 박모 씨도 이날 택배노조에 대한 비판 성명을 냈다. 박 씨는 “남편의 죽음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어야 할 택배노조 집행부는 불법과 폭력을 즉시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총사퇴하라”고 밝혔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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