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공장-모던 카페 ‘붉은 벽돌’ 조화… ‘MZ 핫플’ 된 수제화거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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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스트리트]〈3〉 성동구 연무장길

붉은 벽돌 건물이 많아 ‘한국의 브루클린’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의 10일 오후 거리 모습. 건물은 
랜드마크 ‘대림창고’로 과거 정미소와 창고로 사용된 낡은 건물을 내부 개조해 만들었다. 밖에서 보면 허름한 벽돌 건물이지만 내부는
 다양한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카페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붉은 벽돌 건물이 많아 ‘한국의 브루클린’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의 10일 오후 거리 모습. 건물은 랜드마크 ‘대림창고’로 과거 정미소와 창고로 사용된 낡은 건물을 내부 개조해 만들었다. 밖에서 보면 허름한 벽돌 건물이지만 내부는 다양한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카페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프랑스 파리는 영화의 단골 배경이자 세계적인 관광 명소다. 그런데 파리의 거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특색이 있다. 건물 색이 베이지색으로 비슷하다는 점이다.

파리시는 몇 차례 재개발을 거치면서도 조화로운 경관을 위해 건물 색을 엄격하게 규제해왔다. 덕분에 수백 년이 지나도록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로 꼽힌다. 우리나라에도 파리처럼 ‘도시색’을 만들어가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성동구의 연무장길이다.

○ 옛 붉은 벽돌 건물과 현대문화가 공존
서쪽으로는 뚝섬역, 동쪽으로는 건대입구역을 두고 동서로 1.3km가량 이어진 길이 성동구 ‘연무장길’이다. 조선시대 무예를 연습하던 곳이라 ‘연무장(鍊武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성수동을 가로지르는 이 골목은 수십 년째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다. 1960년대에 지어진 붉은색 공장과 상가건물이 밀집해 있기 때문. 하지만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는 요즘 가장 ‘힙’한 거리 중 하나다. 밖에서 보면 그저 낡은 건물이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현대미술 전시와 모던한 카페 등을 만날 수 있다. 레트로 감성과 모던함이 공존하는 셈이다.

대표 건물인 ‘대림창고’는 1970년대 정미소로 사용되던 낡은 건물을 내부만 개조한 곳이다. 소도시에서 볼 수 있는 허름한 간판이 걸려 있지만, 안에는 갤러리형 카페로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이 전시돼 있다. 평일 낮에도 젊은 세대들로 붐빈다.

‘오르에르’는 MZ세대 사이에서 또 다른 핫 플레이스다. 낡은 인쇄공장의 내부를 개조한 곳으로 1층에는 카페가, 위층에서는 다양한 소품의 전시·판매가 이뤄진다.

낡은 건물들만 있는 건 아니다. 새로 지어진 멋스러운 붉은 벽돌 건물도 이곳의 매력을 더한다. 서울시와 성동구는 이곳만의 색으로 거리를 채우기 위해 ‘붉은 벽돌 마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붉은 벽돌을 사용해 리모델링이나 신축을 하면 보조금을 지원한다. 패션브랜드 ‘아더에러’ 건물과 ‘블루스톤’ 건물이 대표적인 신축 붉은 건물들이다.

○ 수제화, 카페에 벤처기업까지
한국의 브룩클린을 꿈꾸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붉은벽돌 카페 거리.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한국의 브룩클린을 꿈꾸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붉은벽돌 카페 거리.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연무장길이 다른 번화가와 다른 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옆에 업무지구가 있다는 것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혁신형 사회적 기업인 소셜벤처와 지식산업센터가 연무장길과 붙어 있다 보니 평일에도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2017년 연무장길 서쪽 끝에 소셜벤처 공용업무공간 ‘헤이그라운드’가 들어선 후 성수동에는 사회적 기업 300곳 이상이 모여들었다. 헤이그라운드 역시 붉은 벽돌 건물이다.

전통적인 ‘수제화거리’가 카페거리와 공존하는 점도 특징이다. 10일 오후 연무장길을 따라 걸으니 여전히 절반가량은 수제화 상점과 피혁상점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유홍식 정영수 전태수 등 ‘공인 수제화 명장’ 팻말을 달고 있는 가게와 젊은 사람들의 놀이터가 번갈아 나타나 거리의 정취를 더했다.

성수동 수제화거리는 1980년대 명동 등이 재개발되면서 수제화 업체들이 성수동으로 옮겨와 형성됐다. 일부는 카페 등이 들어서며 문을 닫았지만, 젊은 장인들은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젊은 장인들은 수제화거리의 명맥을 잇기 위해 ‘성수 수제화 가업승계협동조합’을 만들어 협력 중이다. 2015년 수제화 전문점 ‘베티아노’를 연 백인희 대표(31)는 수제화거리의 터줏대감 백승주 팔로스 대표(62)의 딸이다. 동아일보 기자가 베티아노를 찾은 10일에도 단골손님 김모 씨(55)가 찾아와 신발을 구매하고 있었다. 김 씨는 “수제화는 기성품과 달리 가죽이나 색상도 직접 고를 수 있고, 품질에 비해 가격이 싸다”며 “가족들 구두를 포함해 지금까지 여기서 수십 켤레를 구매했다”고 했다. 연무장길 바로 옆 골목에는 디자이너 이선율 씨가 론칭한 구두 브랜드 ‘율이에’의 3층짜리 쇼룸이 있는데 역시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메트로#스트리트#연무장길#수제화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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