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마주친 남매에게 음식을 한가득 사주고 왔다는 한 시민의 사연이 전해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편의점 다녀왔는데 눈물이 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전날 오후 11시 넘어 편의점에 방문했다고 밝힌 글쓴이 A씨는 “맥주 사러 슬리퍼 신고 나왔는데 발등이 찢어지게 시린 날씨였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그가 맥주 4캔을 계산하려는데 과자 코너에서 5~6세로 추정되는 남자아이가 뛰어와 계산대에 과자를 올려놨다.
A씨는 “제 앞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서 있었고, 과자 금액을 듣고선 ‘이건 비싸서 안 돼’라고 했다”며 “남자아이가 그 말을 듣고선 고민도 없이 부피가 작아 보이는 과자를 집어서 올려놨지만 역시 한도초과였다”고 회상했다.
남매가 고른 물건은 컵라면 두 개와 소시지, 삼각김밥 하나였다. A씨는 과거 어린 자매에게 정을 베풀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엔 이 남매에게 “아저씨 먼저 계산하게 해주면 너희 먹고 싶은 것 다 사줄게”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잠시 주춤하더니 뒤로 물러섰다. A씨는 “먼저 계산하고 나니 두 아이가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진짜 울컥했다”며 “남매는 패딩도 아닌 늦가을에나 입을만한 외투를 입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재차 “너희가 양보해줘서 아저씨가 선물하는 거야. 돈도 아저씨가 다 내줄 거야. 먹고 싶은 것 다 골라서 여기 담아볼래? 엄청 많이 골라도 돼”라면서 바구니에 컵라면을 몇 개 담아서 건네줬다.
쭈뼛거리던 남매는 그제야 물건을 고르기 시작했다. A씨는 “그래 봐야 과자 2개 골랐다. 여자아이는 먹을 것 하나 고르지 않고 주방 세제를 바구니에 넣더라”라며 “그래서 제가 바구니에 과자, 라면, 소시지, 빵 등을 골라 담아 계산해줬다”고 했다.
A씨가 “겁내거나 걱정하지 말고 가져가서 맛있게 먹어라”라고 하자, 여자아이는 힘없는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A씨는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집 가는 척하다가 편의점 모퉁이에서 몰래 봤다. 남매는 가로등 아래서 봉지 안을 휘저으며 뭐가 있나 보더라”라면서 “봉지 안을 보던 남동생은 고개를 들면서 씩 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끝으로 A씨는 “집에 걸어오면서 눈물이 주룩주룩 났다. 아이들에게 더 깊게 이것저것 묻는 게 상처가 될까 봐 참았는데 지금은 사정을 알고 싶기까지 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연을 본 누리꾼들은 “제가 다 감사하다”, “복 받으실 거다”, “주민센터 통해서 도울 방법이 있을 거다”, “주방 세제 고른 여자애가 벌써 해야 할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결식아동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런 분들 덕분에 아직 세상이 살 만한 거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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