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 앓는것 알면서 때려 사망…폭행치사 징역 2년

  • 뉴시스
  • 입력 2021년 12월 17일 0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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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실랑이를 벌이던 중 피해자를 폭행해 넘어뜨려 뇌출혈 등으로 사망하게 한 70대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죽을 줄 몰랐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고혈압·당뇨 등 지병이 있었음을 가해자도 알았다”며 “사망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고 봤다. 다만, 의도 등이 인정돼야 하는 살인이 아닌 폭행치사 혐의만 적용됐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노호성)는 폭행치사 혐의를 받는 A(70)씨에게 지난 10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26일 오후 4시20분께 서울 종로구 한 술집에서 피해자 B(65·남)씨와 말다툼을 하다 화가 나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B씨 얼굴을 때려 바닥에 넘어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쳤고, 이로 인해 다음 날 오후 10시30분께 외상성 뇌경막하출혈 등으로 사망했다.

A씨는 B씨의 갑작스러운 폭행에 당황해 식당 밖으로 나왔을 뿐 얼굴을 때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A씨가 사망할 것이라고는 예측할 수 없었다는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재판부는 현장에 있던 종업원 2명의 증언을 토대로 “A씨와 B씨가 다투던 중 A씨의 물리력 행사로 B씨가 뒤로 넘어지면서 바닥에 ‘쿵’ 소리가 날 정도로 머리를 세게 부딪쳤다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믿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B씨를 소개해 준 동생으로부터 ‘B씨에게는 당뇨와 고혈압이 있고 심장 스텐트 시술도 해서 술을 많이 마시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던 점을 지적하면서, “B씨가 만취해 흥분한 상태에 있음을 A씨가 잘 알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춰보면 당시 A씨에게는 자신의 폭행으로 B씨가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돌이킬 수 없는 중한 결과가 발생했고, A씨는 B씨가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다른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했다”며 “유족들도 엄벌을 탄원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취지를 밝혔다.

A씨에게 살인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것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살인 혐의는 내심의 살해 의사가 인정돼야 의율될 수 있다. A씨처럼 폭행의 의사만 있고, 동시에 지병 등 사망 위험성의 예견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폭행치사를 적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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