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 옹호 아니지만 경찰도 직장인” 현직 경찰관 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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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22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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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갈무리
‘블라인드’ 갈무리
‘인천 흉기 난동 사건’ 관련 경찰의 미흡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한 경찰청 소속 직원이 “인천 여경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경찰도 ‘직장인’”이라고 말해 공분을 사고 있다.

2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여경사건 개인적 견해’라는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커뮤니티는 회사 이메일로 본인인증을 해야 가입해 활동할 수 있는데, 작성자 A 씨의 근무지는 ‘경찰청’으로 소개됐다.

A 씨는 “경찰이라는 직업 자체가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직장인’”이라며 “사명감 물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명감 같은 추상적인 언어가 현실의 벽 앞에 부딪혀 본 경찰들만 공감하지 일반 시민들은 전혀 공감 못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칼을 들었다는 신고에 경찰은 얼마나 많이 출동해봤을까?”라며 “절대 그 현장을 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 상황을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경찰이 흉기 든 가해자를 제압하지 못한 사례들을 열거하며 “우리나라 법률은 (경찰이) 총을 쓰지 못하게 돼 있다. 그래서 맞지도 않는 테이저건이랑 삼단봉만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빌라 구조가 어떻게 돼있는지는 모르지만 좁은 공간에서 칼을 든 (가해자를 마주쳤을 때) 두려움은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영화에서처럼 (경찰이) 총을 든다고 칼 든 피의자가 순순히 두 손 들고 일어날 것 같나. 실제로는 총을 보고 더 흥분한 피의자가 칼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장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그 위급함을 설명할 순 없다”며 “이번 사건을 비난하는 건 자유지만 그렇게 깎아내리는 곳에 힘쓰기보다 앞으로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공권력이 약한 것에 힘을 더 싣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A 씨의 이 같은 주장에 누리꾼들은 “경찰·군인·소방관은 결코 일반적인 직장인이 될 수 없다” “직장인은 자기 일에 사명감 없이 일하는 줄 아나” “시민의 안전보다 자신의 안위를 걱정할 거면 애초에 경찰을 하면 안 됐다” 등의 비판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찰청 소속 다른 직원들도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한 직원은 “같은 사우로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는 알겠다”면서도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있었겠나. 이번 사건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직원들도 “불난 집에 기름 붓냐” “개인적 견해지 다수의 의견이 아니다”라며 A 씨를 비판했다.

앞서 지난 15일 인천의 한 빌라에서 경찰이 아래층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가해자를 두고 현장을 벗어나 피해자가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경찰은 1층에 있던 동료에게 지원요청을 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지만 그를 향한 비난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이날 김창룡 경찰청장은 “소극적이고 미흡한 현장대응으로 범죄 피해를 막지 못한 점에 대해 피해자와 그 가족,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현재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 2명은 대기 발령 조치된 상태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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