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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대도시는 폭발, 지방은 소멸…당신의 고향이 사라진다[서영아의 100세 카페]

입력 2021-11-21 07:00업데이트 2021-11-2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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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일본의 경우-1
젊은이들 떠난 한계마을에서도 노인들이 비즈니스 성공
“인구 줄더라도 인구구성 질 좋게”
지역마다 마을 살리기 노력 한창…정부도 ‘지방창생’ 내세워 적극 지원 독려
인구감소지역 지정현황


지난달 18일 행정안전부가 전국 시군구 228곳 중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들 지역에 앞으로 10년간 매년 1조 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애써 ‘인구감소지역’이라 완화해 표현했지만 신문방송들은 ‘지방소멸’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 자기 고장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지역 미디어들이 더 적극적으로 이 소식을 전하는 분위기다. 아이들이 줄어 학교가 문을 닫고 노인들만이 남아 적막강산이 된 지방의 모습은 ‘지속가능성’이란 면에서 이미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2014년 일본열도 강타한 ‘지방소멸론’


‘지방소멸’이란 말은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전 총무상이 2014년 5월 일명 ‘마스다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보고서는 ‘이대로라면 2040년 일본의 기초자치단체 1727곳 중 절반인 896곳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방의 쇠락은 누구나 피부로 느끼고 있었지만 ‘소멸’이란 단어가 주는 섬뜩함이 일본열도를 충격에 빠뜨렸다.

마스다 보고서는 지방소멸 가능성을 추정하는 잣대로 가임연령인 20~39세 여성인구에 주목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장래인구추계에서 2010년~2040년의 30년간 이 연령대 여성인구가 5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 지자체를 소멸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출산율을 높이고 인구의 도쿄 집중을 막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일본 인구는 2008년 1억 2808만 명을 정점으로 이미 감소로 전환했다. 인구문제로 인한 쇠퇴와 소멸 공포가 본격 공론화됐다.


○지방창생을 정책기조로 삼은 아베 정권


이같은 흐름에 올라탄 아베 신조 당시 정권은 같은 해 ‘지방창생(創生)’을 최우선과제로 내걸고 대대적인 지역활성화에 나섰다.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마을-사람-일자리창생본부를 설치하고, 지자체들에게 출산율을 높이고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 전략수립을 독려했다. 지방창생을 담당하는 부처를 신설하고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이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에게 장관을 맡겼다. 지자체들은 너도나도 ‘마을 사람 일자리’를 앞세운 지방창생 5개년 계획을 만들었다.

아베 정부는 이듬해부터는 ‘1억 총활약사회’ 캠페인을 시작했다. 일본 인구는 2060년 8600만 선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으나 1억 명 선을 지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한 ‘희망출산율’로 1.8을 제시했다. 청년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도록 워크 라이프 밸런스 보장, 임금인상, 보육서비스 확충 등을 정부가 나서 주창했다. 아베 총리가 나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니 ‘더이상 일본에 맹렬사원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인지 2015년 출산율은 1.45로 반짝 상승하기도 했다. 지난해 출산율은 1.37이다.

도쿠시마현의 산간마을 가미카쓰 정은 노인들이 일본요리를 장식하는 나뭇잎을 따서 파는 비즈니스로 활기가 넘친다. 빨갛게 물든 단풍잎을 따는 81세 니시가게 할머니. 서영아 기자


일본 요리는 ‘눈으로 먹는다’고 표현될 정도로 계절감을 살린 아름다운 장식이 많다.



○ ‘미래는 지방으로부터 온다’


지방창생 캠페인이 아니더라도 내 고향, 내 고장을 지키자는 자발적인 움직임은 이미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몇군데 직접 다녀온 지방을 중심으로 소개해보자.

도쿠시마(德島)현 가미카쓰(上勝)정은 인구 53%가 고령자인 작은 산간마을. 젊은이들이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 사회공동체 유지가 곤란해진 마을의 전형이라 할 곳이다.

하지만 직접 가본 마을에는 활기가 넘쳤다. 정보화기기를 활용한 ‘잎사귀 비즈니스’의 성공으로 고령자들이 건강하게 일하고 있었다. 억대수입을 올리는 농가도 있었다.

잎사귀 비즈니스란 일본 요리를 장식하는 제철 잎사귀, 꽃 등 ‘장식용 야채’를 고령자들이 재배부터 출하, 판매까지 맡아서 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눈으로 먹는다’는 일본 요리에 쓰이는 잎사귀 종류는 320종 이상으로 사시사철 다양한 잎사귀를 출하한다. 마을에서 약 150가구, 300여 명이 이 일에 종사한다. 일손의 중심은 70대 고령자로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 일하느라 바빠진 덕분에 공공 요양시설은 이용자가 없어 폐쇄했다고 했다.

지난 3월 1일 현재 이 마을의 인구구성을 보면 1511명 중 797명(52.7%)이 고령자, 이중 에서도 406명이 80대 이상이다. 과거에는 타지로 빠져나가는 전출자가 늘면서 인구가 줄었던 것에 비해 지금은 사망자가 많아 인구가 줄고 있다.

가미카쓰 정의 제 2기(2020~2024) 지역창생계획을 살펴보면 외지인 유치가 어렵다면 탐방, 연구, 관광 등으로 마을을 찾는 인구라도 늘리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가 그득했다. 젊은 외지인이 들어오면 온 마을이 나서 생활을 보살펴주고 일거리를 만들어주고 농사를 가르친다. 출산과 양육 지원을 위해 아이들의 보육지원 학원지원은 물론이고 단기 해외유학지원 프로그램까지 있었다. 몇 명 안되는 학령기 아동에 대해 세세하고 꼼꼼하게 지원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어 마치 두부 한모로 12가지 요리를 만들어내는 요리사를 보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마을의 인구전략은 2040년 인구 1000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창조적’ 인구감소 추구


인접한 산간마을 가미야마(神山)정은 인구 5400여 명 규모에 고령화율 50%에 달한다. 하지만 지역 비영리법인(NPO) ‘그린밸리’가 주도한 이주자 유치 사업이 성공하면서 낡은 민가가 속속 사무실이나 점포로 변신 중이었다. ‘공공사업의 실수’라는 빠른 와이파이 속도가 위성사무실로 도시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데 힘을 발휘한다.

NPO는 마을의 장래에 필요한 각종 인재들을 핀포인트식으로 유치하고 정착을 지원해왔다. 마을 곳곳에 있는 빈집을 활용하는데 예컨대 마을에 빵집이 필요하다면 “이 빈집은 빵집을 낼 사람에게 빌려준다”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 최근 연평균 24명 정도의 신규입주자가 유입되고 있다.

가미야마 정이 추구하는 것은 2060년을 내다보는 ‘창조적 인구감소’다. 인구를 늘린다는 욕심은 버린 지 오래. 대신 인구구성의 질을 좋게 해서 마을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2060년 마을 인구는 1100명으로 줄어들지만 지금처럼 연 24명 선의 신규입주가 지속된다면 1900명대가 된다. 이들의 목표는 2060년까지 마을인구 3000명 선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매년 44명 정도로 신규입주자를 늘려야 한다.

이키섬에서 해녀수업을 받는 후지모토 아야코 씨. 30대 초반이 될 때까지 대도시 요코하마에서 시스템 엔지니어 생활을 했다. 낯선 섬생활이지만 모든 이가 따뜻하게 지켜봐주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한다. 서영아 기자


39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키 섬 첫 산업지원센터장으로 뽑힌 모리 슌스케 씨. 도쿄에서 벤처창업가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외지인의 눈으로 지역살리기의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을 주게 된다. 서영아 기자



○외지인의 눈으로 해법찾기


일본 서남단 규슈와 쓰시마 사이에 자리한 인구 2만 7000명의 이키(壹岐)섬에서는 30대 여성 후지모토 아야코 씨가 해녀수업을 받는다. 섬 연안에는 성게 전복 소라 등이 풍부하지만 고령의 해녀들을 이을 후계자가 없자 이키시가 2014년부터 전국에 해녀 후계자 모집에 나섰다. 대도시 요코하마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했던 그는 ‘색다른 삶을 동경해’ 손을 들었다. 당장은 어부지망생에게 나오는 보조금 월 13만 엔이 주수입이지만 매일 60대 선배들과 나서는 물질이 즐겁고 주거도 생활도 이웃들이 돌봐줘 걱정이 없다고.

다른 한편으로는 외지인의 눈으로 지역살리기의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었다. 폐쇄적인 섬에서는 발전을 위한 자극도 없고 자신들의 장점도 깨닫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키시는 섬 내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들을 위해 산업지원센터 센터장을 전국 단위로 공모했다. 시장 월급보다 많은 ‘월 100만 엔’을 조건으로 내걸자 MBA 보유자, 상징기업 임원, 경영자, 공인회계사 등 391명이 지원했다.

경쟁을 뚫고 낙점된 사람은 도쿄에서 벤처창업가로 화제를 모은 33세 사업가 모리 슌스케 씨였다. 섬으로 이사온 그는 현지 기업인들의 상담에 응하며 신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판로와 마케팅 전략을 짜주고 있다.

예컨대 그에게 지역업자가 들고온 동백기름의 경우. 품질은 깜짝 놀랄 정도로 좋은데 포장이나 가격은 수십년 간 그대로이고 판로도 섬 일대와 규슈 일부 지역에 불과하다. 모리 센터장은 이 경우는 패키지 디자인을 개선하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홍보방법을 연구하겠다고 했다. 타인의 평가는 자신의 숨은 매력을 발견하는 지름길이다.

일본의 지방창생을 논할 때 흔히 “열쇠는 ‘외지인, 젊은이, 바보(무모한 자)’가 쥐고 있다”는 말이 있다. 젊은이는 지역의 미래를 그려내는 에너지원이 되고, 외지인은 지역민과 다른 발상법을 제공해 주며, 무모한 자는 용감하게 일을 실천에 옮긴다. 이키섬에서 바로 그런 시도가 이뤄지고 있었다. 인구가 줄고 쇠락해가는 현실을 인정하는 가운데 그럼에도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 자세다.

그래픽=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한국, 지방은 소멸하는데 수도권은 폭발


인구구조는 많은 것을 바꾼다. 한국의 인구구성에서 변곡점이라 할 일들이 2020년에 거의 동시에 벌어졌다.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고,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처음 나타났다. 합계특수출산율은 충격적인 0.84를 기록했다. 지방소멸의 원인인 저출산과 인구의 대도시 유출이 극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출산율을 지역별로 보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광역자치단체는 세종시(1.28), 낮은 곳은 서울(0.64)이다. 시군구별 상위 10개소는 모두 군 단위였다. 전남 영광군의 2.46이 1위였고 10개중 8곳을 전남북이 차지했다. 출산율이 가장 낮은 곳은 부산 동구(0.45)였고 하위 10개소는 서울(6곳), 대구(2곳), 부산(2곳) 등 모두 도시권이다.

인구, 특히 청년인구는 대도시로 쏠린다. 그런데 대도시에서는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탓에 아이를 가질 엄두를 못 낸다. 현실에서는 말그대로 수도권 인구는 폭발하고 지방은 소멸하고 있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하는 걸까.


※인생 후반, 더 중요해지는 ‘돈 건강 행복’

풍요로운 100세 인생을 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돈과 건강, 그리고 행복입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지는 게 아니고 30~40대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100세 카페’에서는 특히 인생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돈과 행복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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