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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해외유학 지원” “빈집을 빵집으로 대여”… 젊은이-외지인 유치 손짓[서영아의 100세 카페]

입력 2021-11-20 03:00업데이트 2021-11-2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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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방소멸 대응책〈上〉마을-사람-일자리 ‘지방창생’ 전략
아베정부, 지방인구 감소 막으려 워라밸 보장-임금인상 등 주창
2060년 인구 1억명선 유지 목표… 지자체들, 지역형 ‘유인책’ 마련
관광 목적 외지인 유치에도 적극
30대 초반까지 요코하마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던 후지모토 아야코 씨는 이키섬이 낸 해녀 후계자 모집 공고에 손을 들었다. 60대 이상 된 해녀 선배들에게서 매서운 교육을 받는 중이지만 “매일 바닷물에 뛰어드는 생활이 환상적”이라고 한다(왼쪽사진). 도쿠시마현 산간마을 가미카쓰정은 노인들이 일본 요리를 장식하는 나뭇잎을 따서 파는 비즈니스로 활기가 넘친다. 빨갛게 물든 단풍잎을 따는 81세 니시카게 할머니.
지난달 18일 행정안전부가 전국 시군구 228곳 중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들 지역에 앞으로 10년간 매년 1조 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애써 ‘인구감소지역’이라 완화해 표현했지만 신문 방송들은 ‘지방소멸’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

○2014년 일본 강타한 ‘지방소멸론’

‘지방소멸’이란 말은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전 총무상이 2014년 5월 일명 ‘마스다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했다. 보고서는 ‘이대로라면 2040년 일본의 기초자치단체 1727곳 중 절반인 896곳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마스다보고서는 지방소멸 가능성을 추정하는 잣대로 가임연령인 20∼39세 여성 인구에 주목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장래인구추계에서 2010∼2040년의 30년간 이 연령대 여성 인구가 5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 지자체를 소멸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출산율을 높이고 인구의 도쿄 집중을 막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일본 인구는 2008년 1억2808만 명을 정점으로 이미 감소로 전환했다.

○지방창생을 정책기조로 삼은 아베 정권

이 같은 흐름에 올라탄 아베 신조 당시 정권은 같은 해 ‘지방 창생(創生)’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대대적인 지역활성화에 나섰다.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마을-사람-일자리창생본부를 설치하고, 지자체들에 출산율을 높이고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 전략 수립을 독려했다.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마을 사람 일자리’를 앞세운 지방창생 5개년 계획을 만들었다.

아베 정부는 이듬해부터는 ‘1억 총활약사회’ 캠페인을 시작했다. 일본 인구는 2060년 8600만 명 선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으나 1억 명 선을 지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한 ‘희망출산율’로 1.8을 제시했다. 청년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도록 워크 라이프 밸런스 보장, 임금 인상, 보육서비스 확충 등을 정부가 나서 주창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인지 수년간 1.3∼1.4를 오르내리던 출산율은 2015년 1.45로 반짝 상승하기도 했다. 지난해 출산율은 1.37이다.

○‘미래는 지방으로부터 온다’

내 고향, 내 고장을 지키자는 자발적인 움직임은 이미 여러 곳에서 시작돼 있었다. 몇 군데 직접 다녀온 지방의 사례들을 보자.

도쿠시마(德島)현 가미카쓰(上勝)정은 인구 1511명 중 53%가 고령자인 산간마을(2021년 3월 1일 기준). 젊은이들이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 사회공동체 유지가 곤란해진 마을이다.

하지만 직접 가본 마을에는 활기가 넘쳤다. 정보화 기기를 활용한 ‘잎사귀 비즈니스’의 성공으로 고령자들이 건강하게 일하고 있었다. 억대 수입을 올리는 농가도 있었다.

잎사귀 비즈니스란 일본 요리를 장식하는 제철 잎사귀, 꽃 등 ‘장식용 야채’를 고령자들이 재배부터 출하, 판매까지 맡아서 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눈으로 먹는다’는 일본 요리에 쓰이는 잎사귀 종류는 320종 이상이다. 300여 명이 종사하는데 일손의 중심은 70대 이상이고,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

가미카쓰정의 제2기(2020∼2024년) 지역창생계획을 살펴보면 외지인 유치가 어렵다면 탐방, 연구, 관광 등으로 마을을 찾는 인구라도 늘리기 위한 아이디어가 그득했다. 출산 양육 지원을 위해 자녀들의 보육지원 학습지원은 물론이고 단기 해외유학 지원 프로그램까지 있었다. 몇 명 안 되는 학령기 아동에 대해 세세하고 꼼꼼하게 지원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어 마치 두부 한 모로 12가지 요리를 만들어내는 요리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마을의 인구전략은 2040년 인구 1000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창조적’ 인구감소 추구


인접한 산간마을 가미야마(神山)정은 인구 5400여 명 규모에 고령화율이 50%에 달한다. 하지만 지역 비영리법인(NPO) ‘그린밸리’가 주도한 이주자 유치 사업이 성공하면서 낡은 민가가 속속 사무실이나 점포로 변신 중이었다.

NPO는 마을의 장래에 필요한 인재들을 핀포인트식으로 유치하고 정착을 지원해왔다. 마을 곳곳에 있는 빈집을 활용해 마을에 빵집이 필요하다면 “이 빈집은 빵집을 낼 사람에게 빌려준다”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 최근 연평균 24명 정도의 신규 입주자가 유입되고 있다.

가미야마정이 추구하는 것은 2060년을 내다보는 ‘창조적 인구감소’다. 인구를 늘린다는 욕심은 버린 지 오래. 그 대신 인구 구성의 질을 좋게 해서 마을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2060년 마을 인구는 1100명으로 줄어들지만 지금처럼 연 24명 선의 신규 입주가 지속된다면 1900명대가 된다. 이들의 목표는 2060년까지 마을 인구 3000명 선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매년 44명 정도로 신규 입주자를 늘려야 한다.

○“열쇠는 외지인, 젊은이, 바보(무모한 자)”

일본 서남단 규슈와 쓰시마 사이에 자리한 인구 2만7000명의 이키(壹岐)섬에서는 30대 여성 후지모토 아야코 씨가 해녀 수업을 받고 있다. 연안에는 성게 전복 소라 등이 풍부하지만 해녀들도 고령화돼 후계자가 없자 이키시가 나서 전국에 해녀 후계자 모집공고를 냈다. 요코하마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던 그는 ‘다른 삶을 동경해’ 손을 들었다. 당장은 어부 지망생에게 나오는 보조금 월 13만 엔이 주 수입이지만 매일 60대 선배들과 나서는 물질이 즐겁고 주거도 생활도 이웃들이 돌봐줘 걱정이 없다고.

다른 한편으로는 외지인의 눈으로 지역 살리기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었다. 폐쇄적인 섬에서는 발전을 위한 자극도 없고 자신들의 장점도 깨닫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키시는 섬 내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들을 위해 산업지원센터 센터장을 전국 단위로 공모했다. 시장 월급보다 많은 ‘월 100만 엔’을 조건으로 내걸자 MBA 보유자, 상장기업 임원, 경영자, 공인회계사 등 391명이 지원했다. 경쟁을 뚫고 낙점된 사람은 도쿄에서 벤처창업가로 화제를 모은 33세 사업가. 섬으로 이사 온 그는 현지 기업인들의 상담에 응하며 신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판로와 마케팅 전략을 짜주고 있다.

일본의 지방창생에 대해 흔히 “열쇠는 ‘외지인, 젊은이, 바보(무모한 자)’가 쥐고 있다”는 말이 있다. 젊은이는 지역의 미래를 그려내는 에너지원이 되고, 외지인은 지역민과 다른 발상법을 제공해 주며, 무모한 자는 용감하게 일을 실천에 옮긴다. 이키섬에서 바로 그런 시도가 이뤄지고 있었다.

○한국, 지방은 소멸하는데 수도권은 폭발

2020년, 한국의 인구구조에서 변곡점이라 할 일들이 거의 동시에 벌어졌다. 수도권 인구가 전국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고,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처음으로 나타났다. 합계특수출산율은 0.84를 기록했다. 지방소멸의 원인인 저출산과 인구의 대도시 유출이 극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출산율을 지역별로 보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광역자치단체는 세종시(1.28), 낮은 곳은 서울(0.64)이다. 시군구별 상위 10곳은 모두 군 단위였다. 전남 영광군의 2.46이 1위였고 10곳 중 8곳을 전남북이 차지했다. 출산율이 가장 낮은 곳은 부산 동구(0.45)였고 하위 10곳은 서울(6곳), 대구(2곳), 부산(2곳) 등 모두 도시권이다.
대도시권일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데 인구는 갈수록 대도시로 쏠리는 현실이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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