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악몽’ 반복되나…美 확진자 상승세, 유럽 재봉쇄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4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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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접종, 추가 접종(부스터샷) 시행 등으로 줄어들던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 여름부터 ‘위드 코로나’를 시행해온 유럽 각국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봉쇄 조치를 다시 꺼내들었다. 1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을 추진하는 한국 역시 코로나19 환자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다시 확산되는 미국 코로나19
미국 CNN 방송은 지난 한 주 동안 미국 50개 주 가운데 절반 가량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났다고 1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11개 주에서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늘어났고, 사망자는 17개 주에서 증가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8월 27일 19만7379명이었던 미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꾸준히 하락해 10월 24일 4만8326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12일 9만1414명을 기록하는 등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확산 조짐이 보이는 곳은 주로 날씨가 추운 북동부와 로키산맥 근처 마운틴 지역이다. 미시간 주는 지난주 확진과 입원 사례가 모두 증가했으며, 특히 입원은 20% 증가했다. 콜로라도 주 역시 지난주 신규 확진자 수가 30% 증가했다고 CNN은 전했다.

마이클 오스터홈 미네소타대학 전염병연구정책센터 소장은 학교 대면 수업과 연말 휴가철이 다가온다면서 “미국의 백신 미접종자가 6000만 명에 달한다. 또 백신 접종자의 면역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점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몇 주 동안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알리 목닷 워싱턴 대학교 역학과 교수는 “확산세가 수그러든 플로리다 등 남부 지역에서 유행이 다시 확산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 재봉쇄 시작한 ‘위드 코로나’ 유럽 국가들
AP통신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15일부터 3주간 부분 봉쇄조치에 들어간다. 네덜란드는 앞서 9월 방역 완화에 돌입했으나 서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재봉쇄를 시행한다. 9월 20일 1326명이던 일일 신규 확진자가 이달 12일 1만6204명까지 치솟는 등 4차 유행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식당, 술집, 슈퍼마켓은 오후 8시, 비필수품 상점 등은 오후 6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하다. 대규모 행사는 관람이 금지돼 16일로 예정된 네덜란드와 노르웨이의 월드컵 유럽예선 경기도 무관중으로 치러진다. 가정 내 모임은 최대 4명으로 제한된다.

12일부터 봉쇄조치가 시작되자 북부 레이우아르던, 남부 브레다 등 주요 도시마다 반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백신 접종으로 봉쇄조치가 필요 없기를 바랐지만 어쩔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네델란드는 성인 인구의 72%가 2차 백신 접종을 마쳤다.

독일은 신규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자 학교 문을 닫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독일은 15일부터 베를린 등 일부 지역에서 접종 완료자와 코로나19 완치자만 식당·카페 등의 출입을 허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학교를 재봉쇄하는 방안까지 논의 중이라고 도이체벨레는 전했다. 13일(현지 시간) 기준 일주일 간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 수는 277.4명으로 전날 기록한 역대 최고치(263.7명)를 넘어섰다.

오스트리아 정부도 확산세가 심각한 북부 오베외스터라이히, 동부 잘츠부르크 등 2개 주에서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의 외출을 금지한다. 식료품 구입, 병원 방문 시에만 사유를 신고하고 외출할 수 있다.

● 반복되는 겨울 확진자 증가
대부분 유럽 국가는 지난해 겨울에도 방역을 잠시 풀었다. 유럽은 지난해 여름 봉쇄에 들어갔으나 겨울을 앞두고 방역 완화를 시도했다. 결국 확진자가 늘어 10월 말 재봉쇄에 돌입했다. 프랑스는 도시 간 이동을 제한하고, 독일은 식당·카페와 여가시설이 문을 닫았다. 영국도 11월 초부터 잉글랜드를 봉쇄한 뒤 방역을 일부 완화했으나 확진자가 다시 늘어 재봉쇄를 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역 완화가 확진자 증가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겨울철에는 환기가 어려워 실내 확산이 더 잘 이뤄지는데, 이 시기 방역을 완화하면서 대규모 유행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해 겨울과 달리 올해는 백신 접종 이후에 방역을 풀어 유행 규모에 비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가 적은 편”이라면서도 “여전히 미접종자가 많고 돌파감염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독일은 일 확진자 수가 12일 기준 4만864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가까이 되나 사망자 수는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독일 방역당국은 의료 체계가 한계치에 도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의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는 12일(현지 시간)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중 절반 이상에서 병상을 운영할 의료진이 부족하고, 입원 가능한 코로나19 치료 병상이 역대 가장 적게 남아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독일에서 지난겨울 유행 당시에도 중환자 병상을 운영할 의료진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김예윤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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