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걸어놓고 “치킨 시킬게요”…옆에는 흉기든 남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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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2일 1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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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우수사례 모음집 발간
김창룡 경찰청장 “자랑스럽고 든든”

경찰. 게티이미지뱅크
경찰. 게티이미지뱅크
112 신고를 받은 경찰관의 기지로 한 여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조기에 구출됐다. 이 경찰관은 “치킨을 시키겠다”는 신고자의 말을 장난전화로 여기지 않고 통화를 이어간 것이다.

경찰청은 2일 112 창설 64주년을 맞아 소통 간담회를 열고 112 우수사례 모음집 ‘112 소리를 보는 사람들’을 발간했다. 신고자의 작은 신호를 예리하게 파악해 큰 피해를 막은 경찰관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사례집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남상윤 경사는 “치킨을 시키려고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하루에도 수많은 장난전화가 오지만, 남 경사는 신고자인 여성의 떨리는 목소리에 장난이 아님을 직감했다고 한다.

남 경사는 “어디로 가져다드리면 되느냐” “누가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하느냐” “남자친구가 옆에 있나” 등의 질문을 했다. 전화를 끊은 그는 곧바로 위치를 추적해 현장에 경찰관이 출동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실제로 당시 신고자는 만취한 남편이 흉기를 들고 아버지를 찌르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에 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남편을 진정시키기 위해 치킨을 사주는 척 112에 전화를 걸었다. 남편은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1원 송금’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시민을 발견한 경찰관도 있다. 서울경찰청 강서경찰서 설태식 경위는 ‘지인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를 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취지의 신고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시민의 번호 외에는 아는 것이 없어 난처함에 빠졌다.

설 경위는 자신의 휴대전화 주소록에 구조가 필요한 시민의 번호를 저장했다.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통해 이름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이름은 뜨지 않았다.

설 경위는 순간 기지를 발휘해 카카오페이로 1원을 송금했다. 다행히 이름 석 자가 떴다. 추적 끝에 발견된 시민은 새벽에 만취 상태로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 바닥에 떨어진 후 전신 통증으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소통간담회에 참석해 “신고를 많이 받다 보면 장난전화로 넘길 수도 있는데 사소한 음성을 놓치지 않고 기지를 발휘해 모든 신고에 최선을 다해준 여러분이 자랑스럽고 든든하다”고 격려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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