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김만배, 천화동인 1호 “절반 그분것”→“내것”… 윗선 차단 나섰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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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의혹]檢 수사서 밝혀야할 쟁점 4가지
② 유동규에 수익 25% 약속?
③ 정관계에 금품 로비?
④ 대법원 재판 거래?

檢 출석하는 김만배… 손가락엔 ‘왕관 문양’ 반지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던 도중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김 씨의 왼손 약지에는 
왕관 문양이 새겨진 반지가 끼워져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檢 출석하는 김만배… 손가락엔 ‘왕관 문양’ 반지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던 도중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김 씨의 왼손 약지에는 왕관 문양이 새겨진 반지가 끼워져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천화동인 1호 차명 소유와 금품 로비 등) 제기된 여러 의혹은 수익금 배분 등을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 특정인이 의도적으로 편집한 녹취록 때문이다.”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는 관계사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그건 바로 저”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김 씨는 “(녹취록에) 각자들이 분담해야 할 비용을 과다 부풀리면서 사실이 아닌 말들이 오갔지만 불법 자금이 거래된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씨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수감 중)에 대한 구속 수사의 근거가 된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의 신빙성과 증거 능력을 부정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김 씨가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유 전 사장 직무대리이거나 그 ‘윗선’일 가능성을 차단하며, 뇌물 공여 등 자신을 향한 의혹을 부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 김만배 “녹취록은 의도적으로 편집된 것”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김 씨를 상대로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는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 아닌 것을 다들 알지 않느냐” “그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들어 있다. 또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으로 근무했던 정민용 변호사가 9일 “유 전 사장 직무대리로부터 ‘내가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란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제출한 것도 검찰이 김 씨 외에 다른 소유주가 있는지 의심하는 이유 중 하나다.

검찰은 2015년 3월 화천대유 측 컨소시엄을 민간사업자로 선정하는 대가로 유 전 사장 직무대리에게 대장동 개발 이익의 25%(700억 원)를 주기로 약속하고, 올 1월 그중의 일부인 5억 원을 지급했다고 보고 있다. 녹취록에는 김 씨가 지난해 10월 유 전 사장 직무대리를 만나 자신이 대장동 사업으로 번 돈의 절반을 유 전 사장 직무대리에게 주고, 구체적인 전달 방법을 논의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내가 화천대유로 번 돈이 800억 원인데 유 전 사장 직무대리에게 700억 원을 줄 수 없다. 5억 원도 뇌물 명목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 검찰, 뇌물공여 및 횡령 혐의로 영장 청구할 듯


검찰은 김 씨가 정관계 인사 등에게 거액의 금품 로비를 하고 이 과정에서 화천대유에서 대여금 명목으로 가져간 473억 원을 썼는지 등도 조사했다. 녹취록에는 김 씨가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관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 등을 거론하면서 “성남시 의장에게 30억 원, 성남시 의원에게 20억 원이 전달됐다. 실탄은 350억 원”이라고 언급한 내용이 있다고 한다. 또 곽상도 의원과 권순일 전 대법관 등 정치권과 법조계 인사들에게 50억 원을 지급했거나 약속했다는 이른바 ‘50억 약속 클럽’이 있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김 씨가 지난해 7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전후로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8차례 방문해 재판에 영향력을 미쳤다는 의혹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취업했다. 김 씨는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우리나라 사법부가 그렇게 세간에 뭐 호사가들이 추측하고 또 짜깁기하는 생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권 전 대법관을 만난 이유에 대해 “동향 선배인데 제가 이제 다른 (사업체) 부분을 인수하기 위해서 많은 자문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현재 간경화 말기 상태로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를 감안해 이날 김 씨를 귀가 조치했고, 조만간 뇌물공여 및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김만배#천화동인#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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