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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밤 10시만 되면 회사에 다시 출근하는 20대 계약직… 왜?

이소정 기자 | 오승준 기자 | 최미송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이채완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이정민 인턴기자 이화여대 사회학과 4학년
입력 2021-10-09 03:00업데이트 2021-10-1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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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
공부할 곳 찾아 헤매는 취준생들
공유오피스 찾는 수험생들
대면수업 확대에 대학생 우왕좌왕
5일 오후 10시경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학생들이 도서관을 빠져나오고 있다. 정부의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조치에 따라 카페, 도서관, 스터디카페 등의 운영시간이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되면서 취업준비생과 대학생들이 늦은 밤 공부할 곳을 찾아 헤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서울 여의도 소재의 회사에서 계약직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박모 씨(26)는 요즘 오후 10시가 넘는 늦은 밤이 되면 회사로 자발적인 ‘재출근’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의 카페나 도서관이 오후 10시면 모두 문을 닫아버려 퇴근 후 공부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박 씨는 오후 6시 반경 퇴근하면 회사 앞 24시간 카페에서 공부한 후 막차를 타고 귀가했다. 하지만 요즘은 오후 10시 무렵 카페를 나와 회사로 가서 빈 회의실에서 공부한다. 박 씨는 “낮에는 일하느라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집에 가면 옷 갈아입고 유튜브부터 보게 된다”며 “코로나 때문에 채용도 많이 줄어든 상태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더라도 공부를 몇 시간이라도 더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 공부할 곳 찾아 야밤에 ‘재출근’… 공부방 단기 임차도

정부가 7월 13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를 실시함에 따라 기존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던 카페, 도서관 등의 운영시간이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당초 정부가 “짧고 굵게 끝내겠다”고 선언했던 것과 달리 강력한 거리 두기 조치가 석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박 씨 같은 취업준비생들은 공부할 곳을 찾아 헤매고 있다.

우선 시간제한 없이 공부하기 위해 급하게 자취방이나 사무실을 단기 임차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시험을 코앞에 둔 수험생들은 2∼4명씩 비용을 모아 공유 오피스를 마련하기도 한다. 대학 익명게시판 ‘에브리타임’에는 각종 전문직 시험을 대비해 공유오피스를 모집한다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모 씨(26)는 “7월에 행정고시 2차를 2주도 채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거리 두기 단계가 갑자기 상향돼 4명이서 15만 원씩 돈을 모아 10평짜리 원룸 하나를 한 달 단기 임차했다”며 “다른 사람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기 위해 도서관에 가기도 했는데 오후 10시면 집에 가야하다 보니 불편한 게 많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은 자취방에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장비를 새로 마련하느라 부담이 된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모 씨(25)는 자취방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통신사에 출장 설치를 문의했다. 김 씨가 거주하는 빌라에는 인터넷이 터지지 않아 도서관이 문을 닫은 오후 10시 이후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들으려면 불편이 컸다고 한다.

김 씨는 “집에서 학교까지 도보로 8분 거리여서 그동안 인터넷을 설치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설치하기로 했다”며 “도서관에서는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시간제한을 굳이 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백신 인센티브를 식당뿐 아니라 도서관에도 적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김포시에 사는 이모 씨(24) 역시 최근 방에 온라인 스터디(캠스터디)용 웹카메라와 거치대를 구입했다. 평소 이 씨가 공부하던 집 근처 도립도서관 운영시간이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기존보다 4시간가량 단축됐기 때문. 이 씨는 “스터디카페를 다니다가 비용이 부담이 돼 캠스터디로 집에서 공부를 할까 생각 중”이라며 “지금 책상이 아동용 책상이라 바꾸고 싶었는데 예산초과라 의자랑 웹캠, 폰거치대 정도만 마련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은 이처럼 공부할 여건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이 막막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구리시에 사는 이모 씨(24)는 원래 카페나 스터디카페에 ‘지박령’처럼 앉아서 밤 12시 정도까지 공부했는데 요즘은 10시 이후에 모두 문을 닫으니 선택권이 집밖에 없다”며 “보통 하반기가 되면 기업들의 채용공고가 나오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없어 초조하다”고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121곳 중 32.3%만 채용계획을 수립했다고 답했다.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은 곳이 54.5%, 아예 채용계획이 없다고 답한 곳도 13.3%에 달했다.

○ 오락가락 대면수업 지침에 “자취방 어떡하나”

주거 공간 확보도 문제다. 정부가 각 대학에 대면수업 확대 여부를 자율로 맡겨 지방 출신 학생들은 “자취방에서 계속 머물자니 돈이 아깝고, 방을 빼자니 언제 다시 학교에 등교할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일부 대학들은 학기 도중에 비대면 수업을 대면 수업으로 갑자기 전환해 자취방을 빼고 고향 등으로 이동했던 학생들은 급하게 방을 새로 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숭실대에 재학 중인 김모 씨(25)는 “마지막 학기여서 수업을 4개 듣고 있는데 그중 일부가 대면 수업으로 전환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된 이후 고향인 대구에 내려와서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학기 도중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할 것 같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 씨(21)는 “비대면 수업 중이라 고향인 전북 군산시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정부가 최근 갑자기 대면 수업 확대 방침을 발표해 당황스러웠다”며 “지방에 사는 게 서럽다. 월세는 계약기간이 짧아 방을 못 구할 텐데 학기 중간에 그런 정책을 펼치면 어떡하느냐”고 말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6일 “이달부터 전체 대학 수업 중 25%가 대면으로 운영될 예정”이라며 “대학은 대면 수업 추가 확대를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대학가 부동산에는 급매물을 찾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서울 마포구 대학가에 위치한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인근 대학 중 한 곳이 대면수업으로 전환하는지 급하게 방을 구하는 학생들이 9월 말에서 10월 초에 10명가량 연락이 왔다”며 “1년 계약도 아니고 2, 3달짜리 방을 구하는데 고시촌 아니면 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부동산중개업소 소장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공실이 20%가량 늘어났다”면서 “지난해에는 방을 빼고 내려가겠다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지방에는 취업 정보도 적고 공부할 수 있는 학원도 마땅치 않다보니 서울에 방을 구해놓는 학생들이 꽤 있다”고 했다.

18일부터 대면 수업을 확대할 방침인 서울대는 학기 중 대면수업 전환으로 불편을 느낄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주거 공간을 마련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정문과 10분 거리인 대학동에 원룸을 구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대면 수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인턴 활동을 시작한 학생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서울대 재학생인 이모 씨(24)는 “마지막 학기라 수업은 두 개만 듣고 스타트업에서 7월부터 5개월간 인턴으로 활동하기로 계약을 해놓은 상태”라며 “평소 출근 전과 점심시간을 활용해 수강했는데 갑자기 대면으로 전환돼서 수강포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최미송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영문학과 졸업
이채완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이정민 인턴기자 이화여대 사회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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