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현장 20대, 이틀새 3명 추락 참변

이소정 기자 , 유채연 기자 , 이정민 인턴기자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4학년 입력 2021-09-11 03:00수정 2021-09-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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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외벽청소중 ‘20층 추락’ 이어 지하철 환기구-물류창고서 사고
경찰, 안전수칙 준수 여부 조사중… 작년 ‘29세이하’ 산재로 42명 숨져
“숙련공 비해 업무지식 등 떨어져… 현장 투입땐 안전교육 강화해야”
10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 환기구 주변에 출입금지 라인이 설치돼 있는 모습. 전날 이곳에서 20대의 한 청년이 지하철 환기구 작업을 하던 중 추락해 사망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솨아아악 하는 소리가 나길래 놀라서 나가봤더니 ‘쿵’ 하고 사람이 떨어지더라고.”

서울 구로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 사는 김모 씨는 8일 오후만 생각하면 떨려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했다. 아파트 유리창 외벽 청소를 하던 A 씨(23)가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밧줄이 끊겨 20층 높이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1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 당일 A 씨는 작업을 할 때 로프 보호대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프 보호대는 벽면과 마찰하며 발생하는 밧줄 쓸림 현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장비다. 경찰은 로프 보호대를 쓰지 않아 밧줄이 벽 표면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끊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외벽청소 업체 현장안전 관리자는 “로프 보호대를 깔지 않으면 밧줄의 올이 긁혀 나가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하다”며 “현장에 온 지 얼마 안 된 초보자는 로프 보호대를 하지 않고 작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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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로프 보호대 미사용의 경우 현행법상 사업주에게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법적으로 규정된 부분은 밧줄의 강도나 묶어야 하는 장소, 형태에 관한 부분”이라면서 “로프 보호대의 경우 누가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은 정해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A 씨의 사고 다음 날인 9일 오후 3시 40분경.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건설 현장에서 지붕 패널 작업을 하던 중국동포 B 씨(25)도 20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보통 두 사람이 한 조를 이뤄서 일하는데 B 씨가 발을 헛디뎌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했다.

경찰은 B 씨가 작업 중 안전고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시공사 등을 상대로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B 씨는 3년 전인 2018년 한국에 들어와 최근까지 일용직으로 공사 현장을 돌며 생계를 이어왔다. 물류창고 건설 현장도 사고가 있기 3일 전 인력사무소에서 소개받았다.

27세 청년 C 씨도 서울지하철 6호선 공덕역 인근 지하철 환기구 공사 현장에서 숨졌다. 공사 자재를 들이기 위해 환기구를 열다 10m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사고 당시 현장 책임자인 C 씨의 아버지와 안전관리자 등도 있었지만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고용노동부가 올 4월 발표한 ‘20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를 보면 지난해 산재로 사망한 882명 중 만 29세 이하 20대 노동자는 42명이다. 대부분 일용직이나 알바, 경력이 짧은 청년들이었다.

전문가들은 원·하청 업체와 청년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20대의 청년 노동자는 아무래도 업무에 대한 지식이나 기능이 숙련공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며 “사고 위험이 높은 현장에 투입되는 원청과 하청 업체들도 의무적으로 안전보건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이정민 인턴기자 이화여대 사회학과 4학년



#근로현장 20대#추락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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