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관광 ‘힐링 명소’로 떠오르는 영양군 자작나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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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산림청, 1993년부터 조림 시작
원대리 자작나무 숲의 5배 규모…순백의 자태에 관광객들 탄성

경북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자작나무 숲.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나무들이 초록과 순백이 어우러진 이국적인 세상을 연출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경북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자작나무 숲.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나무들이 초록과 순백이 어우러진 이국적인 세상을 연출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3일 경북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검마산(해발 918m) 산자락. 잘 다듬어진 임도(林道)를 따라 걷는 기분이 무척 상쾌했다. 우거진 숲은 따가운 햇살을 가렸다. 이따금 불어오는 산바람과 흐르는 계곡 물소리 덕분에 일상을 잠시 잊었다.

약 4km, 1시간 정도 걸었을까.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젖어들 무렵 초록색으로 가득했던 숲이 갑자기 새하얀 순백의 세상으로 바뀌었다.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 첩첩산중 골짜기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자작나무 숲이 신비로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우아∼.” 산책로를 같이 걷던 일행들은 연신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영양 자작나무 숲이 최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힐링(치유) 및 산림욕, 트레킹(걷기) 코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언택트(비대면)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산림청은 1993년부터 이곳에 자작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현재 축구장 약 40개 크기인 30ha 규모의 숲이 때 묻지 않은 청정 자연을 나타낸다.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강원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의 자작나무 숲 6ha보다 약 5배 넓다. 이곳의 자작나무 평균 크기는 지름 14cm, 높이 9m 정도. 굵기와 크기는 아직 미숙한 청년이지만 싱그러움과 순백의 우아함은 절로 감탄하게 만든다.

이 숲은 30년 가까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다. 주변 아름드리 소나무에 둘러싸여 한동안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인근 검마산 자연휴양림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숨은 보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멀리서도 빛을 내는 자작나무의 순백 껍질은 초록 잎과 대비돼 눈부실 정도다. 가까이 갈수록 이국적인 모습을 느낀다.

자작나무는 순우리말이다. 불에 탈 때 ‘자작자작’ 하는 소리가 나서 이름이 붙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활엽수 가운데 피톤치드를 많이 내뿜는 종으로 산림욕 효과가 뛰어나다. 살균 성분도 있어 아토피 치료에도 적잖은 도움을 준다.

영양 자작나무 숲은 최근 산림청의 국유림 명품 숲, 8월 추천하는 숲으로 뽑혔다. 주요원 산림청 국유림경영과장은 “자연 속에서 막바지 더위와 시름을 잊으며 온전하게 쉬고 싶다면 영양 자작나무 숲에서의 거리 두기 휴식을 권한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영양 자작나무 숲 권역을 명품 관광 코스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토교통부의 수요 맞춤 지원 28억 원, 산림청의 국유림 산촌 활성화 10억 원, 유휴 산림자원 자산화 사업 4억5000만 원 등 올해 42억5000만 원을 투자한다. 2023년까지 총사업비 85억5000만 원을 들여 명품 숲 산림관광지 인프라를 조성한다. 최영숙 경북도 환경산림자원국장은 “위드 코로나(일상과 방역 병행) 시대에 국민들의 지친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명물 숲으로 만들 것”이라며 “다양한 관광 콘텐츠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도와 영양군, 산림청은 지난해 11월 자작나무 숲 권역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남부지방산림청은 이 숲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산책길 등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도는 국제밤하늘보호공원과 금강송 생태경영림, 수하계곡 등 인근 관광지와 연계하는 ‘산림 관광’을 구상한다. 영양군은 진입도로와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갖춘 자작나무 숲은 영양의 새로운 관광 보석이 될 것”이라며 “국내를 대표하는 산림 휴양 관광지로 조성해 영양 관광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경북 영양#자작나무#힐링명소#자작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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