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수십억 통장 과시…사회초년생에 27억 등친 20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1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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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부터 부산 강서구의 한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A 씨(20). 지난해 9월 20대 남성 B 씨가 회사 앞으로 찾아왔다. 친한 친구가 소개해줬고 몇 차례 통화도 한 적이 있어 큰 의심은 없었다. 오히려 알고지내던 형 같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B 씨는 자신을 “사회초년생을 지원하는 국책사업에 선정된 업체 대표”라고 소개했다. “인적 사항만 알려주고 신청만하면 100만 원을 주겠다”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신청하려면 2000만~3000만 원의 돈이 필요한데 당장 마련하기 어려우면 대출하면 된다. 대출 이자도 지원해주고 나중에 돈도 돌려준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잠시 의심이 들었지만 B 씨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B 씨가 고가의 외제차를 타고 왔고 수십억 원이 든 통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해운대 고급 아파트 주소가 적힌 신분증도 확인했다.

그 자리에서 A 씨는 휴대폰으로 은행 앱을 내려받아 개인정보를 입력했다. B 씨는 휴대폰을 건네받아 나머지 신청 절차를 대신 해주는 척 하면서 A 씨 이름으로 3000만 원가량을 대출받았다. A 씨의 계좌로 들어온 돈은 순식간에 B 씨의 통장으로 빠져나갔다.

그런데도 A 씨는 자신이 사기를 당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B 씨가 약속대로 대출 이자를 대신 내줬기 때문이다. B 씨는 A 씨가 속아넘어가자 되레 “국책사업에 참여할 빈자리가 더 있으니, 다른 동료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경찰조사 결과, A 씨처럼 B 씨에게 속아 넘어간 사람만 40여 명으로 피해 금액만 27억 원 정도였다. 이복상 사상경찰서 수사과장은 “이제 갓 취업한 사회초년생이 타깃이 됐다. 사기인지 모르고 친구를 소개해주는 사례가 이어진 탓에 피해자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B 씨의 사기행각이 부산을 넘어 전국 곳곳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비슷한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하던 서울 강서경찰서는 17일 B 씨를 체포해 구속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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