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시진핑의 날 선 발언, 어디를 겨눴나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입력 2021-07-07 03:00수정 2021-07-0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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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시진핑(習近平·68·사진)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강렬한 연설이 연일 화제입니다. 시 주석은 1일 공산당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중화민족이 멸시와 괴롭힘을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 외부 세력이 우리를 괴롭히면 14억 인민의 피와 살로 만든 강철 만리장성에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골적이고 호전적인 단어를 사용한 것이 눈에 띕니다. 중국의 날 선 발언이 겨냥하고 있는 곳은 미국 백악관입니다. 대만과 홍콩 문제, 신장 지역 위구르족 인권 문제, 화웨이 규제 등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대립해왔던 두 나라 간의 앙금이 드러나는 모양새입니다. 시 주석은 “대만의 독립 도모를 분쇄하고 대만과의 완전한 통일을 이끌어내는 것이 새 의무”라며 미국이 대만, 홍콩 문제 등에 개입하면 정면 대결을 불사할 뜻을 천명하기도 했습니다.

직접적이고 거칠게 중국을 몰아붙였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방국과의 연대를 통해 치밀하게 중국을 압박해 왔습니다. 시 주석의 이번 연설은 미국에 대한 저항이자 선전포고로 보입니다. 시 주석은 이날 65분의 연설 중 ‘위대’와 ‘위대한 부흥’이란 용어를 수십 차례 사용하면서 노골적으로 중화주의와 애국주의를 내세웠습니다. 시 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는 톈안먼(天安門) 망루 위에서 강력한 사회주의를 건설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시 주석의 당일 드레스코드는 사진 속 마오쩌둥이 입은 것과 같은 회색 인민복이었습니다. 인민복은 1911년 신해혁명을 완수한 중국 정치가 쑨원(孫文)이 고안한 근대 예복입니다. 쑨원의 호(中山)를 따서 ‘중산복’이라고도 하고, 마오쩌둥이 즐겨 입었다 해서 ‘마오룩’이라고도 합니다. 마오쩌둥과 같은 절대 권력자가 되고자 하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광장에 운집한 군중 7만 명은 시 주석이 “대만 통일을 추진하고 홍콩 등 특별행정구에서는 중국의 전면적인 통치권을 실현해야 한다”고 하자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대만은 시 주석의 노골적 통일 언급에 반발했습니다. 행정원 대륙위원회는 1일 성명을 통해 “중국이 일당독재 체제하에서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하나의 중국’은 중국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며 2300만 대만 국민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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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직접적인 반응을 자제하면서 중국의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건드리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1일 발표한 ‘2021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100만 명 이상의 소수민족을 구금하고 강제노동을 부과했다며 중국을 최하위 등급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나폴레옹을 마치 신과 같이 숭배했던 프랑스의 병사 쇼뱅, 그의 이름에서 유래한 쇼비니즘(chauvinism)처럼 지나친 애국주의는 갈등의 씨앗을 잉태합니다. 중화사상을 내세워 체제 결속을 도모하는 중국의 모습에 쇼비니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경제력과 군사력을 과시하기 전에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에 맞는 소프트파워를 갖춰야 하지 않을까요. 거침없이 달려드는 중국과 중국에 패권적 지위를 양보할 수 없는 미국의 용호상박(龍虎相搏)이 아슬아슬합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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