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붕괴 건물 지하 내 흙더미 부실 설치…‘V’자로 내려앉아”

뉴시스 입력 2021-06-24 16:49수정 2021-06-2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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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층 빈 공간 채워넣는 흙더미 양·형태 모두 부실 정황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동구 학동 공동주택 재개발사업 4구역 내 붕괴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지하층에 수평으로 채워야 할 흙더미인 ‘밥’이 부실 설치된 흔적을 확인, 사고 경위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번 참사로 무너진 건축물(지상 5층·지하 1층)의 지하층 상층을 떠받치는 철근콘크리트 재질의 보 구조물이 ‘V’자 형태로 휘어 내려앉은 흔적을 발견했다고 24일 밝혔다.

참사 현장에서 붕괴 잔해를 치운 뒤 지하층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지하층 상판을 떠받치는 ‘보’ 형태의 철근 구조물 가운데가 아래쪽으로 휘어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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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흔적을 토대로 경찰은 지하층에 가득 차 있어야 할 ‘밥’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았고, 수평 형태로 차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철거 공정 중 발생하는 수직 하중을 버티려면 지하층 빈 공간 안에 ‘밥’이 수평을 유지한 채 가득 차야 한다. 철거 중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경찰은 지하층 공간 안에는 ‘밥’이 채워지지 않아 참사 당일 가중된 수직 하중을 버티지 못했다고 봤다.

굴삭기(약 30t)가 철거가 여의치 않아 건물로 무리하게 진입, 특정 취약지대에 하중이 발생했다. 또 건물 2~3층 높이까지 쌓인 토대 무게와 먼지 날림을 막기 위한 물까지 평소보다 2배 이상 뿌려지면서 하중이 크게 늘었던 정황도 확인됐다.

현재 제기된 붕괴 요인은 ▲지하층 내 ‘밥’ 부실 설치 ▲수직·수평 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공법(흙더미 활용 하향식 압쇄) ▲작업 절차를 무시한 철거 방식(후면·저층부터 압쇄) ▲건물 지지용 쇠줄 미설치 ▲과도한 살수 ▲굴착기 무게 ▲흙더미 유실 등이다.

경찰은 국과수의 재개발 건물 붕괴 1차 감식 결과가 이르면 다음 주 또는 7월 초께 나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최종 규명까지는 두 달 안팎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과수가 현장 감식 내용을 시뮬레이션(사고 시험 재현 기법)한 뒤 추정하는 건물 붕괴 원인을 공유키로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내용, 수사 상황을 두루 검토해 1차 붕괴 원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붕괴 참사 관련 수사로 20명이 형사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부실 철거를 강행하고 안전 관리에 소홀히 해 사상자를 발생케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 입건자는 8명이다. 이 가운데 3명(철거 건물 감리자, 백솔 대표 겸 굴삭기 기사, 한솔 현장소장)이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붕괴 경위를 단정지을 수는 없으나, 지하층 내 수직 하중 계산을 제대로 하지 않은 ‘밥’ 부실 설치도 주요 요인으로 본다”며 “1차 원인 발표 뒤에는 국토교통부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등을 충분히 검토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최종 규명까지는 두 달 안팎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5층 건물이 승강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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