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뒤집은 ‘강제징용’ 1심 후폭풍…“대법 권위 추락” 우려 목소리

뉴스1 입력 2021-06-09 07:27수정 2021-06-0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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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 위치한 강제징용노동자상에 빗물이 맺혀 있다. 2020.6.29/뉴스1 © News1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1심 재판부가 일본기업의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정반대의 결론을 내자 최근 대법원 판결을 대하는 일선 판사들의 생각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대법원 판결의 권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7일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16개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절차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개인 청구권이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 없지만 소송으로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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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판결은 2018년 10월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는 정반대 결론이다. 재판부가 밝힌대로 당시 소수의견과 결론적으로 동일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2018년 10월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서 이춘식씨(94)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판결을 내리기 위해 장내 정돈을 요구하고 있다. 2018.10.30/뉴스1 © News1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춘식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고 1인당 1억원씩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냈었다. 이날 1심 재판부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반대의견의 논리를 그대로 따랐다.

하급심 재판부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구속되지는 않지만 판사들은 실무적으로 사실관계가 크게 다르지 않는 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논리를 따라 재판해왔다. 그러나 이번 1심 재판부는 사실관계가 크게 다르지 않은, 같은 강제징용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정면으로 치받았다.

법원 내부에서는 이번 판결에 크게 놀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대법원 판결의 권위가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줄을 잇고 있다.

재경지법의 A 부장판사는 “최근 한 부장판사가 대법원이 성범죄 사건에서 하급심이 판단할 사실인정 문제를 자꾸 건드린다고 비판한 적이 있는데 이번 판결도 궤를 같이 한다”며 “대법원 판결 심지어 전원합의체 다수 의견인데도 하급심 판사들의 존중을 못 받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18일 장창국(54·사법연수원 32기)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의 대법원 형사법연구회 자유토론장 게시판에서 “성폭력 사건 담당 1·2심은 아우성이다. 그러면서도 ‘부담 갖지 말고 유죄 판결해서 대법원으로 올리라. 무죄 판결해 봐야 대법원에서 파기된다’는 자조가 난무하다”며 “대법원이 사실인정 문제를 자꾸 경험칙이라는 이유로 건드리면 1·2심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A 부장판사는 “예전에는 판사들이 소신과 맞지 않아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며 “이제 ‘대법원은 알아서 하시고 나는 내 소신대로 할게요’라는 방향으로 갈 수가 있다”고 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의 신뢰가 낮아진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B 부장판사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존중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 같다”며 “이번 판결이 재판부 소신의 발현인지, 대법원 판례의 권위가 존중받지 못하는 것인지 법원 내부에서 한번 생각해볼만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C 판사도 “예전에는 대법원 판결을 금과옥조로 여겼는데 이제는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 잉크가 마르지 않았는데 반대 판결을 내린게 조금은 성급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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