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정부-지자체 첫 ‘다랑논 활성화 프로젝트’ 본격 추진

밀양시 등 5개 시군서 진행
이달말까지 ‘다랑논 지킴이’ 모집
‘다랑논 네트워크’ 결성도 준비
시민참여 방안 포럼 내달말 개최

경남도가 조상의 숨결과 지혜가 담긴 다랑논 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사진은 최근 함양군이 전통 모내기 방식으로 다랑논에 모를 심은 마천면 도마마을. 함양군 제공

“다랑논의 다원적, 공익적 가치는 일반 논의 2배 이상입니다. 그럼에도 국민 관심이나 국가 보전 정책은 거의 없습니다.”

윤난실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장은 20일 우리의 전통 농업 방식인 ‘다랑논’을 탐구하고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경남 다랑논 활성화 프로젝트’에 착수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다랑논을 의제화해 정책으로 삼으려는 노력은 처음이다. 함양, 산청, 합천, 남해, 밀양, 함안 등 경남엔 다랑논이 많다. 경사가 가파르기로는 전국 최고다.

허남혁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 주무관은 “다랑논 활성화 프로젝트는 도시민을 대상으로 한 ‘다랑논 공유 프로젝트’와 민관 ‘다랑논 네트워크 구성’으로 나눠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공유 프로젝트는 5개 시군에서 진행한다. 밀양시 단장면 감물리(다랑협동조합), 함안군 여항면 주서리(아라씨앗드리 공동체영농조합), 산청군 차황면 법평리(황매골 생명살림영농조합), 남해군 상주면 상주리(동고동락 협동조합), 거제시 삼거동(청사초롱 체험마을) 등이다. 경남도는 공유 프로젝트에 참가할 ‘다랑논 지킴이’를 이달 말까지 모집한다.

일본의 ‘다랑논 오너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다랑논 공유제는 도시민을 대상으로 3.3m²(1평)당 1만 원의 회비를 받고 일정 면적의 다랑논을 제공한다. 이후 모판 조성, 모내기, 수확, 탈곡 등 연간 4차례 친환경 농사에 참여시킨다. 수확한 쌀은 그들에게 환원(리워딩)한다.

29일엔 밀양 감물리 다랑논에서 모내기 행사가 열리고, 다음 달 12일에는 산청 법평리에서 산청군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모내기를 한다. 다랑논 공유제 마을을 내년엔 10개, 2023년엔 20개로 늘릴 예정이다. 경남에는 산지형과 해안형을 합쳐 60곳의 다랑논 지역이 있다.

‘경남 다랑논 네트워크’ 결성도 준비 중이다. 이달 초 도청 회의실에서 김진한 밀양다랑협동조합 이사, 문미경 창원대 지역협업센터장, 이문화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임정향 한국논습지네트워크 대표, 경남도사회혁신추진단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출범 준비 소위가 열렸다. 같은 날 경남도의회에선 ‘경남도 농어업유산 지정 및 관리조례 제정 토론회’를 겸한 제1차 경남 다랑논 포럼도 개최됐다. 조례는 9월 제정이 목표다. 다음 달 말에는 다랑논의 생태적 가치와 시민참여적 보전 방안을 주제로 제2차 다랑논 포럼이 열린다. 포럼은 연 5회 개최하고 ‘아시아 다랑논 국제 콘퍼런스’도 유치한다.

경남 다랑논학교 개설, 경남다랑논데이 사진공모전, 스토리북 제작도 구상 중이다. 윤 단장은 “우리 전통 농업유산이자 소중한 자연자산인 다랑논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도농연계, 민관협력 방식의 협업을 통해 활성화하고 일본처럼 국가 정책에 반영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경남도와 별개로 최근 함양군 마천면 도마마을에선 ‘마천 다랑이논 복원사업 선포식’이 있었다. 서춘수 함양군수는 참석자들과 못줄을 잡고 손으로 모를 심는 전통 방식의 모내기를 진행했다.

함양군은 도마마을 복원 사업에 이어 의중마을 등 지리산 자락 다랑이논을 2023년까지 국가중요농업유산에 등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랑논

다랑이(다랭이)논, 다락논으로도 불리며 비탈진 경사면을 개간해 계단식으로 조성한 좁고 긴 논이다. 남해 가천 다랭이 마을(문화재청 명승 15호)은 관광지로 유명하며 국가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국가중요농업유산 1호, 세계중요농업유산인 전남 완도군 청산도 구들장논도 다랑논의 일종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