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 5주기…“새로운 전환점 필요한 때”

뉴시스 입력 2021-05-19 06:16수정 2021-05-19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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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대중화로 미투·혐오범죄 인식↑
'여혐 대 남혐' 단순화한 젠더 갈등 심화
"온라인 소통이 극단화 불러…대면해야"
2016년 5월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주점의 남녀공용화장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한국 사회에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가해자인 30대 남성은 “평소 여자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왔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명명하고 대대적인 추모 집회를 열었다. 이후 5년간 미투운동, 스쿨미투, 낙태죄 헌법소원, 데이트폭력 공론화, n번방 사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에 강남역 살인사건이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2016년을 전후로 일어난 움직임을 ‘페미니즘 대중화’로 명명한다.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여성혐오에 대한 인식이 커지며 페미니즘의 대중화를 불러왔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여혐 대 남혐’으로 단순화한 갈등이 심화되면서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투운동·디지털 성범죄로 문제의식 이어져
강남역 살인사건은 청년 여성들 사이에 ‘페미니즘’ 인식을 높였다. 지난 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사회의 성평등 현안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 48.9%가 ‘자신은 페미니스트’라고 답했다. 이에 비해 20대 남성은 14.6%가 동의해 인식 격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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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세 여성 A씨는 “당시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는데 뉴스를 통해 사건을 접했던 기억이 난다. 여자에게 무시 당해 화가 나 죽였다는 말에 ‘저 자리에 있었으면 내가 죽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여성혐오 범죄란 것도 그때 알게 됐다. 여자에 대한 우월감이나 편견을 갖고 있으니 무시라며 분노해 죽인 것 아니냐. 이후 사회를 보는 눈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높아진 페미니즘 인식은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2018년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문제 제기로 촉발된 미투운동은 고은 시인·이윤택 감독 등 문화예술계,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정치계로 번졌다. 학생을 향한 교사의 성희롱 문제를 공론화한 졸업생들의 ‘스쿨미투’도 뒤이었다.

이른바 ‘홍대 몰카 사건’과 ‘n번방 사건’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요구로 이어져 처벌 강화를 불러왔다. 스토킹 범죄, 데이트 폭력이 범죄라는 인식도 강화됐다. 미투 운동이 본격화된 2018년 1~8월 검찰청에 접수된 성폭행 사건은 전년 대비 14.3% 증가했다.

반면 계속되는 성별 대립으로 피로감이 높아진단 의견도 있다. 33세 남성 B씨는 “불과 몇 년 전에는 이런 종류의 불편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한 쪽으로 치우친 사회에서 살았다는 생각은 든다”면서도 “주제 자체는 분명 의미있고 중요한 논의라고 생각하는데, 일부는 그저 자기 주장만 앞세우고 상대방은 무조건 틀렸단 식으로 반응하는 거 같아 제대로 된 대화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갈등 넘어설 새로운 전환점 필요한 때”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뉴시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의 대중화가 이뤄졌다. 20대 여성의 절반 이상이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답하고, 여성혐오라는 개념이 대중적으로 각인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사건 5주기지만 이에 대한 반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성인권이 한 발 더 나아갔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장기화되지 못하게 하려는 반격이 체계적으로 일어난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치권이 모든 사회 문제를 젠더 갈등으로 귀결시킨다고 봤다. 윤김 교수는 “청년들이 느끼는 사회적 불안과 주거 문제, 고립감을 상대 성별에만 퍼붓고 있다. 정치가 근본적 원인을 바라보지 못할 때 청년들이 대리전을 치르는 셈”이라며 “모든 불안정성을 젠더 갈등으로만 진단하는 것은 진짜 문제를 보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소통이 줄어들고,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면서 극단화가 심해진단 우려도 나왔다. 대면 소통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해야 해결을 도모할 수 있단 것이다.

그는 “작은 그룹이라도 이 문제에 대해 면 대 면으로 대화를 해나가야 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분기점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며 “사회가 청년 문제에 제대로 답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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