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박상기도 수사? 공수처, 기회 살릴까 묵힐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8일 1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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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연루된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 현직 검사 3명의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첩한 것은 공수처로선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숙제를 떠안은 셈이 됐다. 이전까지 이첩된 문재인 정부 최고위 인사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었지만 이제는 조국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수사 대상이 ‘정권 실세급’으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윤 전 국장은 2019년 당시 조 전 민정수석과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과 연결돼 있다. 조 전 수석으로부터는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을 갈 예정인데 수사 받지 않고 출국하게 해 달라”는 전달을 받았다. 박 전 장관으로부터는 “나까지 수사하겠다는 것이냐”는 질책과 함께 안양지청 수사에 대한 경위 파악을 지시받았다. 공수처가 윤 전 국장을 수사하면 자연스럽게 조 전 수석과 박 전 장관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사건의 구조나 연루된 인사의 급수와 관계없이 공수처는 원래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목적으로 설립된 수사기관인 만큼 성역 없이 윤 전 국장 등에 대한 이첩 사건을 고민 없이 수사하면 되는 사안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번 사안이야말로 권력 비리를 파헤친다는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검사와 수사관 채용 등 조직 구성도 마무리돼 큰 수사를 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김진욱 공수처장의 의지만 있다면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한 전면 수사 착수가 가능한 것이다.

공수처가 대통령의 명을 따르는 수사기관은 아니지만 문재인 대통령도 1월 김 처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역시 중립성과 독립성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물론이고 여야 정치권, 재벌 등 외부의 권력으로부터 어떤 영향도 받지 않고 오직 사실과 법리에만 입각해 고위층 비리를 적극적으로 수사하라는 주문인 것이다. 공수처를 둘러싼 주관적, 객관적 상황은 공수처가 이번 이첩 사건을 직접 수사하라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1월 출범 후 공수처가 사건을 처리하면서 청와대와 여권을 의식하는 듯한 공정성 논란에 여러 번 휩싸인 것 때문에 이번 이첩 건에 대해서도 공수처가 본연의 임무를 다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 논란 등으로 성역 없는 수사를 주창해온 공수처가 ‘정권 수사 무마처’라는 야당의 비판까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할 수 있지만 이 경우 그간 이번 사건을 수사해온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이 곧바로 청와대 내부로 수사를 확대할 여지가 크다. 공수처가 만약 현 정부의 입장을 고려하는 결정을 한다면 수사 탄력이 붙은 검찰로 사건을 다시 넘기는 것은 위험한 판단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 3월 검찰에서 이첩 받은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허위 면담 보고서 사건처럼 직접 수사도 하지 않고, 검찰 재이첩도 하지 않는 ‘시간 끌기’ 가능성도 없지 않다.

18일 오전 9시 경부터 차례로 서울시교육청에 도착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관계자 20여명이 조희연 교육감실 등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시교육청 본관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이날 시교육청에는 9시10분 경 공수처 관계자 6명이 먼저 
도착했다. 안내 데스크 직원이 방호팀장에게 전화를 걸려하자 공수처 관계자는 "전화하지 말라"며 오른쪽 문을 뛰어넘어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10분 후 엘리베이터를 통해 교육감실로 올라갔다. 20여분 뒤 10명 남짓한 공수처와 경찰 관계자들이 추가로 
시교육청에 도착했다. 이들은 포렌식 가방으로 추정되는 검은 케이스 3개를 들고 왔다. 이후에도 5명 가량의 수사인원이 추가로 
도착해 엘리베이터 두 개를 나눠타고 교육감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 압수수색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18일 오전 9시 경부터 차례로 서울시교육청에 도착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관계자 20여명이 조희연 교육감실 등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시교육청 본관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이날 시교육청에는 9시10분 경 공수처 관계자 6명이 먼저 도착했다. 안내 데스크 직원이 방호팀장에게 전화를 걸려하자 공수처 관계자는 "전화하지 말라"며 오른쪽 문을 뛰어넘어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10분 후 엘리베이터를 통해 교육감실로 올라갔다. 20여분 뒤 10명 남짓한 공수처와 경찰 관계자들이 추가로 시교육청에 도착했다. 이들은 포렌식 가방으로 추정되는 검은 케이스 3개를 들고 왔다. 이후에도 5명 가량의 수사인원이 추가로 도착해 엘리베이터 두 개를 나눠타고 교육감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 압수수색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한편 공수처는 18일 오전 9시 반부터 감사원에서 이첩된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 출범 후 첫 압수수색이다. 공수처가 1호 사건으로 수사할 만한 사안이냐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지만 공수처는 첫 강제수사 대상으로 이 사건을 택했다.

감사원은 조 교육감이 2018년 7¤8월 해직 교사 5명을 관련 부서에 특별채용을 검토·추진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지난달 23일 경찰에 고발하고 공수처에 수사참고자료를 전달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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