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충수로 직위해제 위기 몰린 이성윤

이태훈기자 입력 2021-05-11 11:52수정 2021-05-11 12:16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전날 이성윤 중앙지검장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를 열고 공소제기에 대해 찬성 8명, 반대 4명, 기권 1명으로 공소제기 권고를 의결했다. 대검찰청은 이르면 이날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를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5.11/뉴스1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반격 카드’로 꺼내들었던 검찰수사심의위에서 기소 권고가 의결된 것은 이 지검장에게는 더 이상의 퇴로가 막힌 뼈아픈 결과로 풀이된다. 차기 검찰총장 취임 후 단행될 후속 검찰 인사에서 이 지검장을 계속 중용하려던 것으로 알려진 여권의 검찰 인사 구상에도 영향이 불가피하게 됐다. 유력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던 이 지검장이 거취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까지 내몰리면서 기존의 서울중앙지검장 유임이나 고검장급 승진 구도가 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학교수와 변호사 등 전원이 비검찰 외부 인사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더블스코어로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 권고가 의결됐다는 것은 그만큼 검찰의 수사 결과가 정당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일선 검찰에 수사 중단 외압을 행사한 적이 없고 검찰총장의 지시를 받아 행한 정당한 수사 지휘’라는 취지의 이 지검장 주장이 ‘국민 배심원’이라 할 수 있는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배척당한 것이다. 이 지검장이 수사심의원회를 활용해 검찰의 기소를 막으려다 오히려 검찰 기소에 날개를 달아준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이제 ‘피고인 서울중앙지검장’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관심은 이 지검장의 거취와 향후 검찰 인사에 쏠리고 있다. 법원 판결은 아닐지라도 신망 있는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사실상 유죄 판단을 받은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이 지검장이 스스로 사퇴하느냐, 아니면 지금까지의 스탠스대로 결백을 주장하며 자리를 지키느냐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 징계 규정을 따지기 이전에 서울중앙지검장 정도 되는 검찰 고위 간부가 범죄 혐의로 기소되면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다수 시각이다. 법을 집행하는 전국 최대 검찰청의 수장이 범죄 혐의로, 그것도 불법 행위를 수사하겠다는 후배 검사들의 수사를 중단시킨 혐의로 법정에 선다는 것 자체가 검찰의 수치일 수 있다는 지적이 진작부터 나왔다.

주요기사
국가공무원에게 적용할 인사행정의 근본 기준을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73조3에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약식명령 청구자 제외)는 임용권자가 직위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법무부 장관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이 지검장이 기소되면 얼마든지 직무에서 배제하는 직위해제 조치는 가능한 것이다. 이 규정에 따라 일반 공무원들은 기소가 되면 통상 보직에서 해임된다. 검찰의 기소 이후 검사 인사 주무 장관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되는 이유다.

국가공무원법을 따르고 국민 여론을 고려한다면 이 지검장을 중용하는 것은 고사하고 당장 보직을 박탈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하지만 그간 정권 수사를 방어해온 공이 있는 이 지검장을 기소됐다고 해서 여권이 곧바로 토사구팽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정권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 지검장을 직위해제하거나 한직으로 좌천시킬 경우 이 지검장이 크게 반발할 수 있고, 이 경우 이 지검장과 여권 간에 생길 수도 있는 갈등이 정권 차원의 부담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는 정권 관련 사건에 연루된 고위 공직자인 경우 기소가 되더라도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고 직을 유지한 사례가 적지 않다. 한동훈 검사장 ‘육탄 압수수색’ 논란으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해당 사건 이후 불이익은커녕 오히려 차장검사로 승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전례가 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서는 이 지검장도 얼마든지 서울중앙지검장 유임이나 대검 차장검사 승진이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