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고2 대입때 정시 40%로 확대… “고교학점제 취지 어긋나” 지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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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大 16곳 선발비중 40.5%… 서울대 40.2%… 올해보다 10%P↑
‘수시 이월’ 감안하면 사실상 절반… 수시 공정성 논란 커지자 정시확대
“다양한 교과 배우라는 고교학점제… 점수로 줄세우는 수능과 안맞아”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2023학년도 대학입학전형 때는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비율이 40%를 넘는다. 정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결과를 위주로 선발하는 전형이다.

2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전국 198개 대학의 2023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수능 위주 전형 선발 비중은 40.5%다. 올해보다 9.1%포인트 늘어난다. 이 같은 변화는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으로 ‘대입 공정성’을 둘러싼 국민 분노에 놀란 정부가 서울 주요 대학에 “2023년까지 수능 위주 전형을 40% 이상으로 늘리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가 이를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면서 서울 16개 대학은 2022학년도부터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을 37.6%까지 늘렸다. 그리고 2023학년도에 40.5%로 늘려 정부 목표치를 맞췄다.

○ ‘수시 이월’ 감안하면 사실상 정시가 절반

가장 많이 늘어나는 곳은 서울대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통한 선발을 선호해 온 서울대의 2022학년도 정시 선발 비중은 30.1%(1029명)였다. 하지만 2023학년도에는 40.2%(1395명)로 10.1%포인트 급증한다. 서울대 입시는 10년 전으로 회귀했다는 평가다. 서울대의 수능 위주 전형은 2010학년도에는 42.1%였지만, 학종 선호가 이어지면서 2011학년도에는 37.9%로 줄었고 2021학년도에는 22.4%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정부 주문에 따라 2023학년도에 다시 40.2%로 높아지게 됐다.

16개 대학 가운데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가장 높은 대학은 서울시립대(45.9%)다. 다음은 △한국외국어대(42.6%) △서강대(40.5%)다. 고려대와 연세대 등 나머지는 40.0% 또는 40.1%를 맞췄다. 입시전문가들은 “수시 미충원 인원이 정시로 이월되는 것을 감안하면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은 45∼50%까지 육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서울 주요 대학을 노리는 상위권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에 강세인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 비평준화 지역 우수고 학생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신도 소홀해선 안 된다. 서울대는 2023학년도부터 정시에서도 ‘교과평가’라는 이름으로 내신도 반영할 방침이다. 수능 선발을 선호하지 않음에도 정부 지시대로 선발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었던 서울대의 궁여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5년 뒤 대입 또 바뀔 듯

문제는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소질과 적성에 따라 학생 스스로 교과를 선택해 배우는 제도다. 다양한 사회 변화에 맞춰 올바른 진로를 찾고 대학 진학 때 최적의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교육계에선 수능점수만으로 입학생을 뽑는 ‘줄세우기식’ 선발 확대가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2025년 고교 신입생이 대학에 진학할 2028학년도에 입시제도가 다시 한번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고교학점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 다시 수능 비중을 약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지방대의 학생 미달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2023학년도 전체 대학의 모집정원은 34만9124명으로 2022학년도보다 2571명 증가했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고3 학생 수는 4904명 줄어드는데 모집정원은 늘어난다. 대교협 관계자는 “2021학년도 미충원 인원을 차차연도에 반영할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비수도권 대학의 모집정원은 2022학년도 21만6991명에서 2023학년도 21만7342명으로 351명 늘어난다. 특히 수시 선발 비중이 82.3%(17만8553명)에서 86.1%(18만7222명)로 크게 늘어난다. 이들 대학은 정시로는 학생 선발이 어려워 수시를 늘린 것이다. 수도권 대학의 경우 모집정원이 12만9562명에서 13만1782명으로 2220명 증가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모집정원이 늘어 비수도권 대학은 수시에서 못 뽑는 인원이 정시로 이월되고 결국 대규모 미달과 추가모집으로 이어지는 올해 같은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대입 정시#고교학점제#서울 주요 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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