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檢총장 문턱서 좌절…정치편향에 발목 잡혔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9일 15시 47분


코멘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뉴스1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뉴스1
차기 검찰총장 지명 가능성이 누구보다 높은 것으로 예상됐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최종 후보군에서 탈락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 요직을 거치며 여권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았지만 오히려 그의 이런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이 지검장의 발목을 잡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기소 여부에 대한 외부 전문가 판단을 앞두고 있는 이 지검장의 현재 법적인 상황이 너무나 엄중해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그를 총장 후보로 밀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의 혐의 유무와는 별개로 이 지검장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4차례나 소환에 불응하는 등 법 절차를 스스로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 국가 법집행을 총괄하는 검찰의 수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인상을 남겼다는 지적도 있다.

친정부 인사가 일부 포함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아무리 여권의 의중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는 하지만 공익의 대표자인 검찰총장을 뽑는 국가 중대사를 논의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이 지검장을 후보군에 포함시켜 후보추천위원회가 비난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한 이유로 꼽힌다.

뉴스1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군 선정에서 심사한 기준은 대상자들의 능력과 인품, 도덕성, 청렴성, 민주적이고 수평적 리더십, 검찰 내부 및 외부의 신망,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 등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지검장은 그간 정권과 관련한 민감한 사건을 처리하면서 부하 검사들과 의견 충돌이 적지 않아 조직 내부 및 외부의 신망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는데, 이날 후보 추천 과정에서도 이런 점에 대한 의견이 제기됐을 가능성이 있다.

여권 내부적으로도 재·보선 참패 후 국정동력 회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검장을 총장으로 지명하는 강공 카드를 밀어붙일 경우 생길 수 있는 역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이 지검장이 청와대가 연루된 예민한 사건 수사를 지휘하면서 여권을 배려해온 공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이 지검장을 차기 총장으로 지명하기에는 지금 여권도 자기 코가 석자인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지검장이 아닐 경우 다른 선택지가 충분한 여권으로서는 경쟁력 있는 다른 후보들 가운데 차기 총장을 지명하면 되기 때문에 이 지검장만 고집해야 할 이유가 애초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피의자 검찰총장’이라는 전례에도 없고 무리한 인선 구도를 사전에 피함으로써 검찰로 인한 더 이상의 불필요한 국정동력 상실을 막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29일 후보자 추천을 위한 회의를 개최한 결과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 4명을 법무부 장관에게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추천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수일 내로 이 중 한 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차기 검찰총장#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