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 시간 멈춘 ‘기억교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6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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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민주시민교육원 개원식과 세월호 7주기를 나흘 앞둔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4.16기억저장소를 찾은 시민들이 단원고 4.16기억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2021.4.12/뉴스1
4.16민주시민교육원 개원식과 세월호 7주기를 나흘 앞둔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4.16기억저장소를 찾은 시민들이 단원고 4.16기억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2021.4.12/뉴스1
“항상 기억하고 있을게. 하늘에서는 꼭 행복해야 해.”

6일 오전 경기 안산시 4·16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에 위치한 ‘기억교실.’

벽에 걸린 2014년 4월 달력엔 펜으로 눌러쓴 ‘수학여행’ 네 글자가 또렷이 남아있다. 칠판 옆 식단표도 7년 전 그 모습 그대로다. 시간이 멈춰버린 교실엔 남겨진 이들의 아픔과 그리움, 미안함만 켜켜이 쌓였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교실을 복원해둔 이곳엔 7주기를 맞은 이날 오전 내내 비가 내리는데도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참사 당시 같은 동아리의 친구를 잃었던 김지훈 씨(24)도 이날 어머니 이모 씨(52)와 함께 기억교실을 찾았다. 7년이나 지났지만 두 눈이 붉어진 채 한참을 머물렀다. 이 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아이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는 유가족과 4·16재단 관계자 등 59명이 참석한 ’선상추모식‘이 열렸다. 고(故) 이호진 군의 아버지 이용기 씨(52)는 추도사에서 ”(7주년이 된) 오늘이 특별한 것이,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갔던 요일도 겹치고 날씨도 사고 당일과 비슷하다. 자꾸만 목이 메어온다“며 ”정부와 국회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제대로 밝혀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추도사 낭독 뒤 희생된 아이들 250명의 이름을 한 명씩 한 명씩 불렀다. 바다에 국화꽃을 던지며 오열하기도 했다. 고 박정슬 양의 외할아버지 장모 씨(67)는 부인과 함께 선상추도식에 참석해 ”손녀딸이 잊혀지질 않는다. 같이 있는 것 같다“며 슬퍼했다.

같은 날 안산 화랑유원지에서는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식 및 4·16생명안전공원 선포식‘이 열렸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등 약 100명이 참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참석 인원이 제한돼 식장에 입장하지 못한 시민들은 바깥에서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기억식에서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한 세월호 생존 학생 장애진 씨(24)는 ”기억하겠다는 약속,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책임지겠다는 약속, 진상규명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다니던 안산 단원고에서도 오전 10시부터 비공개 추모식이 열렸다. 재학생들은 스스로 창작한 추모 연극을 선보이고, 노란 리본 교체식 등을 진행했다. 추모를 담은 편지 10여 장도 노란 리본과 함께 학교 울타리에 걸렸다. 한 편지에는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언제나 별이 된 그들을“이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안산=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목포=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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